사무엘상 9장 배경지식: 사울의 등장과 잃어버린 암나귀를 찾는 여정

사무엘상 9장은 이스라엘이 왕을 요구한 직후, 그 첫 왕이 될 사울을 독자 앞에 등장시킨다. 8장에서 백성은 “모든 나라와 같이” 왕을 원했고, 9장은 그 요구가 어떻게 한 개인의 일상적 사건을 통해 역사 속으로 들어오는지를 보여 준다. 사울은 처음부터 정치 무대의 중심에 선 인물이 아니라, 아버지의 잃어버린 암나귀를 찾으러 길을 나선 젊은이로 소개된다. 이 평범한 출발은 하나님의 섭리가 인간의 예상보다 넓고 조용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사울은 베냐민 사람 기스의 아들이다. 베냐민은 야곱의 막내아들 지파였고, 사사기 후반부에서는 기브아 사건으로 거의 소멸될 뻔한 상처를 가진 지파였다. 그런 베냐민에서 이스라엘의 첫 왕이 나온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약하고 작은 지파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은 그곳에서 왕정 시대의 첫 장을 여신다. 동시에 사울의 베냐민 배경은 훗날 그의 통치가 지닌 한계와 긴장도 암시한다.

본문은 사울의 외모를 특별히 강조한다. 그는 준수한 소년이며 이스라엘 자손 중에 그보다 더 준수한 자가 없고, 어깨 위로 모든 백성보다 컸다고 말한다. 고대 세계에서 왕의 신체적 위엄은 중요한 상징이었다. 백성은 전쟁에 앞서 나가 싸워 줄 가시적 지도자를 원했고, 사울의 큰 키와 눈에 띄는 모습은 그 기대에 잘 맞았다. 그러나 사무엘상 전체는 외적 준수함이 참된 왕권의 충분조건이 아님을 곧 보여 줄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기스의 암나귀들이 사라진 사건이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나귀는 농사, 이동, 짐 운반에 중요한 가축이었다. 왕족의 화려한 말이 아니라 가정 경제를 떠받치는 실용적 재산이었다. 기스가 아들 사울과 종을 보내 찾게 한 것은 자연스러운 조치였다. 사울 일행은 에브라임 산지와 살리사, 사알림, 베냐민 땅을 지나지만 찾지 못한다. 이 지명들은 정확히 모두 확정하기 어렵지만, 본문은 상당한 거리와 시간을 들인 수색을 묘사한다.

사울은 숩 땅에 이르러 아버지가 암나귀보다 자신들을 염려할까 걱정한다. 이 장면은 사울의 성격을 어느 정도 보여 준다. 그는 책임감 없이 헤매는 사람이 아니라, 집안의 염려를 고려할 줄 아는 아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야기의 주도권은 자주 그의 종에게 넘어간다. 종이 그 성읍에 하나님의 사람이 있다고 제안하고, 예물을 드려 물어보자고 말한다. 사울은 왕이 될 사람이지만, 아직 하나님의 사람을 찾아가는 길도 종의 조언을 따라 배워 간다.

본문은 “선지자”가 예전에는 “선견자”라고 불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것은 사무엘상 독자에게 옛 용어를 풀어 주는 편집적 설명으로 볼 수 있다. 선견자는 단순히 미래를 점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받아 백성에게 전하는 인물이었다. 고대 근동 사회에는 왕과 신탁, 제사장과 예언자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지만, 이스라엘의 참 선지자는 왕권 위에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독특한 위치에 선다. 사울은 바로 그 말씀의 사람 사무엘을 만나게 된다.

사울과 종은 사무엘에게 드릴 예물이 없다고 걱정한다. 종은 은 한 세겔의 사분의 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선견자의 말을 돈으로 사는 장면이라기보다, 고대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을 찾아갈 때 빈손으로 가지 않는 관습을 반영한다. 예물은 관계적 예의의 표시였고, 사무엘의 권위는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여호와께 받은 말씀에서 나온다. 본문은 이 작은 예물 논의를 통해 당시 일상적 종교 관습과 사회적 예절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성읍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사울 일행은 물 길으러 나오는 소녀들을 만난다. 물 긷기는 고대 마을 생활에서 중요한 일상 노동이었고, 우물이나 샘은 소식이 오가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했다. 소녀들은 사무엘이 오늘 성읍에 왔고, 산당에서 백성을 위해 제사 드리는 날이라고 알려 준다. 산당은 후대 예루살렘 성전 중심 예배가 확립되기 전, 여러 지역에서 제사와 예배가 이루어지던 높은 장소 또는 지방 성소를 가리킬 수 있다.

사무엘상 9장의 산당 장면은 성전 이전 이스라엘 예배의 과도기적 현실을 보여 준다. 사무엘은 백성이 먹기 전에 제물을 축복해야 했고, 초청받은 사람들이 함께 식사했다. 제사 식사는 단순한 종교 의식만이 아니라 언약 공동체의 교제와 질서가 드러나는 자리였다. 사울이 이 식사 자리에서 특별한 몫을 받는 것은 그가 아직 모르는 왕적 부르심을 상징적으로 예고한다.

여호와께서는 사울이 오기 하루 전 사무엘의 귀에 말씀하셨다. “내일 이맘때에 내가 베냐민 땅에서 한 사람을 네게 보내리니 너는 그에게 기름을 부어 내 백성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으라.” 여기서 왕정은 백성의 잘못된 욕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백성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블레셋의 손에서 그들을 구원할 도구를 세우신다. 심판과 긍휼, 허락과 섭리가 함께 작동한다.

사무엘은 사울을 보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는 확증을 받는다. 사울은 잃어버린 암나귀를 물으러 왔지만, 사무엘은 먼저 그 암나귀들이 이미 찾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사모하는 자가 누구냐”는 말로 사울의 위치를 암시한다. 사울은 자신이 베냐민 사람이며 가장 작은 지파, 그중에서도 미약한 가족에 속한다고 답한다. 이 겸손한 말은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들리지만, 사무엘상 후반부에서는 사울의 자기 인식과 두려움이 복잡하게 변한다.

사무엘은 사울과 종을 객실로 데려가 초청받은 삼십 명 중 상석에 앉힌다. 그리고 요리사에게 따로 보관한 넓적다리 부위를 내오게 한다. 제사 식사에서 고기의 특정 부위는 명예와 지위의 표시가 될 수 있었다. 사울은 아직 공개적으로 왕으로 선포되지 않았지만, 사무엘은 이미 그를 특별한 손님으로 대우한다. 잃어버린 암나귀를 찾던 청년이 갑자기 공동체의 중심 식탁에 앉는 장면은 하나님의 부르심이 개인의 일상을 뒤집는 방식을 보여 준다.

그날 사울은 사무엘과 함께 지붕 위에서 이야기한다. 고대 팔레스타인의 집 지붕은 평평하여 쉬거나 대화하거나 잠자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지붕 위 대화는 공식 선포 이전의 조용한 준비 장면처럼 보인다. 다음 날 새벽 사무엘은 사울을 깨우고 길에 세운 뒤, 종을 앞서 보내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려 한다. 9장은 기름 부음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10장으로 이어지는 문턱에서 끝난다.

이 장의 배경을 알면, 사울의 등장은 단순한 우연담이 아니라 신학적 긴장으로 가득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백성은 보이는 왕을 원했고, 하나님은 그 요구를 허락하셨다. 그러나 그 왕은 자기 야망으로 왕좌를 찾은 사람이 아니라 암나귀를 찾다가 하나님의 사람 앞에 이끌린 사람이다. 인간의 제도와 하나님의 섭리, 백성의 불신과 하나님의 긍휼이 한 장면 안에서 만난다.

사무엘상 9장은 독자에게 왕을 바라보는 눈을 훈련시킨다. 사울의 외모와 지파 배경, 산당 식사와 선견자 관습은 모두 당시 사회에서 매우 현실적인 요소들이다. 그러나 본문은 현실적 요소들이 아무리 중요해도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왕이 세워지는 과정의 중심에는 백성의 요구도, 사울의 외모도, 암나귀 사건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내가 한 사람을 네게 보내리라” 하신 여호와의 주권이 있다.

오늘의 독자는 사울의 첫 등장에서 두 가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하나는 하나님이 작은 일상과 우연처럼 보이는 길을 사용해 역사를 이끄신다는 위로이다. 다른 하나는 외적 조건과 시대적 요구가 영적 성품과 말씀 순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고이다. 사무엘상 9장은 왕정의 시작을 화려한 즉위식보다 먼저, 잃어버린 암나귀와 선견자를 찾는 여정으로 보여 줌으로써 참된 통치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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