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34편 배경지식: 고난 중에도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라

시편 34편은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라는 개인의 고백으로 시작하지만, 곧 공동체를 초대하는 찬양과 지혜의 가르침으로 넓어진다. 이 시편의 표제는 다윗이 아비멜렉 앞에서 미친 체하다가 쫓겨나 지은 시라고 말한다. 사무엘상 21장의 배경을 따르면 그 장소는 블레셋 도시 가드이고, 왕의 이름은 아기스다. “아비멜렉”은 개인 이름이라기보다 블레셋 왕에게 붙는 왕호처럼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윗은 사울에게 쫓겨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안전하지 않았고, 적대적 블레셋 지역에서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는 골리앗의 칼을 들고 가드로 내려갔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의심과 왕 앞의 위기를 맞았다. 인간적으로 보면 매우 초라하고 혼란스러운 장면이다. 그런데 시편 34편은 그 사건을 단순한 위기 모면담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다윗은 자기 재치가 아니라 여호와께서 부르짖는 자를 들으시고 건지신 은혜를 노래한다.

시편 34편은 히브리 알파벳 순서를 따라 구성된 acrostic, 곧 알파벳 시의 성격을 가진다. 이런 구조는 고대 이스라엘 지혜시와 찬양시에서 기억과 교육을 돕는 문학적 장치로 사용되었다. 고난 중의 경험을 질서 있는 알파벳 찬양으로 빚어 낸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시인은 혼돈의 경험을 혼돈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따라 다시 해석하며 공동체가 외워 부를 수 있는 신앙 언어로 만든다.

“내 영혼이 여호와를 자랑하리니 곤고한 자들이 이를 듣고 기뻐하리로다”라는 말은 시편의 청중을 보여 준다. 다윗의 간증은 자기 영웅담이 아니다. 곤고한 자, 낮아진 자, 위험 속에 있는 자가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돕는 증언이다. 성경에서 참된 자랑은 자기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시인은 “나와 함께 여호와를 광대하시다 하며 함께 그의 이름을 높이세”라고 부른다. 개인 구원의 체험은 공동체 예배로 이어진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이름을 높인다는 말은 하나님의 명성과 성품과 행하심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행위다. 다윗이 위기에서 건짐받은 사건은 한 개인의 사적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어떤 왕이신지를 드러내는 예배의 자료가 된다.

시편 34편은 반복해서 부르짖음과 응답을 말한다. “내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내게 응답하시고 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지셨도다.” 여기서 두려움은 추상적인 불안이 아니라 실제 죽음의 가능성, 정치적 추격, 낯선 땅에서의 위협과 연결된다. 다윗의 믿음은 위험을 부정하는 낙관주의가 아니다. 그는 두려움을 알았지만, 그 두려움을 여호와께 가져갔다.

“그들이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내었으니 그들의 얼굴은 부끄럽지 아니하리로다”라는 표현은 예배적 이미지와 구원 경험을 함께 담고 있다. 고대 세계에서 얼굴은 명예와 수치의 상징이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자는 상황이 즉시 완전히 바뀌지 않아도, 궁극적으로 수치에 버려지지 않는다. 하나님 앞에서 받은 빛은 공동체 안에서 다시 소망의 얼굴을 만들게 한다.

“이 곤고한 자가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그의 모든 환난에서 구원하셨도다”라는 고백은 시편의 중심 경험이다. 곤고한 자는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만을 뜻하지 않는다. 힘과 보호 수단이 부족하고, 자기 생명을 스스로 지킬 수 없는 낮아진 사람을 포함한다. 다윗은 왕이 되기 전의 도망자 자리에서 자신을 그런 곤고한 자로 인식한다.

시편은 여호와의 천사가 그를 경외하는 자를 둘러 진 치고 건지신다고 말한다. 구약에서 여호와의 천사는 하나님의 임재와 보호를 나타내는 중요한 표현이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가 인간의 눈에 보이는 힘보다 크다는 고백이다. 다윗은 병거나 성벽 없이도 하나님의 진영 안에 있음을 배운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라는 구절은 성경 전체에서 매우 사랑받는 초대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머리로만 정보를 습득하는 일이 아니다. 맛본다는 표현은 경험적이고 관계적인 지식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선하심은 교리 명제로만 남지 않고, 위기 속에서 부르짖고 응답받는 신앙의 경험 속에서 더 깊이 이해된다.

그러나 이 경험은 감정적 체험주의로 흐르지 않는다. 시편 34편은 곧바로 여호와를 경외하라고 가르친다. 여호와 경외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주권을 인정하고, 그의 말씀 앞에서 삶을 질서 있게 세우는 태도다. 경외하는 자에게 부족함이 없다는 말은 신자가 세상적 욕망을 모두 충족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 자신이 궁극적 선과 보호가 되시기에, 백성은 결핍 속에서도 버림받지 않는다.

시편 34편 중반부는 지혜 교사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너희 자녀들아 와서 내 말을 들으라 내가 여호와를 경외하는 법을 너희에게 가르치리로다.” 고난에서 건짐받은 사람은 다음 세대에게 신앙의 길을 가르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지혜 교육은 추상적 윤리 강의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생명과 죽음의 길을 분별하도록 돕는 언약 공동체의 훈련이었다.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사람은 혀를 악에서 금하며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해야 한다. 다윗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 권면은 더욱 날카롭다. 그는 적대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기와 위장까지 사용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시편은 하나님의 백성이 악한 말과 거짓을 습관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위기의 시대에도 언어의 거룩함은 신앙의 중요한 표지다.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며 화평을 찾아 따를지어다”라는 권면은 단순한 도덕주의가 아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선하시기 때문에 선을 추구한다. 화평을 찾는다는 말도 수동적으로 갈등을 피한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질서가 깨어진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평화를 추구하고, 공동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태도다.

시편은 의인과 악인을 대조한다. 여호와의 눈은 의인을 향하시고 그의 귀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기울이신다. 반대로 여호와의 얼굴은 악을 행하는 자를 대적하신다. 고대 왕권 언어에서 왕의 얼굴과 눈은 은총과 심판을 상징했다. 시편 34편은 참된 왕이신 여호와께서 억울한 자의 부르짖음을 듣고 악을 방치하지 않으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의인이 고난을 겪지 않는다는 단순 공식은 이 시편에 없다. 오히려 “의인은 고난이 많으나 여호와께서 그의 모든 고난에서 건지시는도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성경적 현실주의다. 하나님의 백성도 많은 고난을 만난다. 믿음은 고난의 부재가 아니라,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않으신다는 확신이다.

“그의 모든 뼈를 보호하심이여 그 중에서 하나도 꺾이지 아니하도다”라는 구절은 본문 안에서는 의인의 전인적 보호를 말한다. 뼈는 생명과 몸의 중심 구조를 상징한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서 이 구절의 언어를 떠올리게 하며, 유월절 어린양의 뼈가 꺾이지 않는 전통과 함께 그리스도의 죽음을 해석한다. 시편의 의인 보호는 신약에서 고난받는 의인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더 깊은 의미를 얻는다.

개혁신학적으로 시편 34편은 섭리와 기도, 경외와 구속을 함께 가르친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고난 없는 길로만 인도하지 않으시지만, 그 고난이 하나님의 손밖에 있지 않다. 다윗의 도망과 수치스러운 위기까지도 하나님은 찬양과 교육의 자료로 바꾸신다. 신자는 고난을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고 알도록 부름받는다.

오늘의 독자는 이 시편을 통해 두 가지를 함께 배운다. 첫째, 두려움과 곤고함을 숨기지 말고 여호와께 부르짖어야 한다. 둘째, 건짐의 경험은 입술과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본 사람은 거짓을 버리고 선을 행하며 화평을 따른다. 시편 34편은 고난 중의 찬양이 현실 도피가 아니라, 하나님이 왕이심을 인정하는 가장 깊은 현실 인식임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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