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7장 배경지식: 빌라도 법정과 골고다, 찢어진 성소 휘장

마태복음 27장은 예수의 죽음이 종교 지도자들의 고발, 로마 총독의 법정, 군인들의 조롱, 골고다의 십자가, 성전 휘장의 찢어짐, 그리고 무덤 봉인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압축한다. 마태는 예수께서 힘없이 밀려난 희생자가 아니라, 유대의 왕이라는 조롱 속에서도 참 왕으로 고난받고 죽으신 분임을 보여 준다. 이 장의 배경을 알면 십자가는 단순한 처형 장면이 아니라, 제2성전기 유대의 성전 신앙과 로마 제국의 사형 제도, 구약 성취와 새 창조의 징조가 한곳에서 만나는 사건으로 읽힌다.

유다가 은 삼십을 성소에 던지고 물러나는 장면은 앞 장의 배반 이야기와 연결된다. 은 삼십은 예수를 넘긴 대가였지만, 뒤늦은 후회는 참 회개와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제사장들이 그 돈을 성전 금고에 넣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은 피값이라는 의식적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결 규정의 형식은 신경 쓰면서도 무죄한 피를 넘긴 책임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토기장이의 밭과 나그네의 묘지는 스가랴와 예레미야 전통을 떠올리게 하며, 버려진 값이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 성취 안에 놓임을 보여 준다.

예수께서 빌라도 앞에 서신 것은 유대 지도자들의 사형 의도가 로마 행정권과 만나는 지점이다. 로마 지배 아래에서 십자가형 같은 공개 처형은 제국 질서를 위협하는 반역자와 노예, 하층민에게 주로 적용되었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는 질문은 신학적 호칭이 동시에 정치적 혐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예수는 많은 고발 앞에서 침묵하신다. 이 침묵은 변명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사야 53장의 고난받는 종처럼 자기 백성의 죄를 짊어지는 길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왕의 침묵이다.

명절에 죄수 하나를 놓아주는 관습과 바라바 이야기는 군중과 권력의 역학을 드러낸다. 바라바는 폭력적 소요나 살인과 연결된 죄수로 보이는데, 이름 자체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뜻을 떠올리게 한다. 마태의 독자는 참 아버지의 아들이신 예수와 폭력의 길에 선 바라바가 대조되는 장면을 본다. 군중이 바라바를 택하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것은 메시아 기대가 십자가의 길과 얼마나 충돌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예수는 죄 없는 분이 죄 있는 자의 자리를 대신하는 대속의 표지가 된다.

빌라도가 손을 씻는 행위는 자신이 이 피에 대해 무죄하다고 선언하려는 정치적 연출이다. 그러나 로마 총독의 권한으로 사형을 승인한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군중의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는 말은 반유대주의적 정죄로 읽어서는 안 된다. 마태 자신과 초기 교회는 유대적 뿌리 안에 있었고, 본문은 특정 민족 전체를 영구 저주하는 말이 아니라 그 순간 예수를 거부한 책임을 서사적으로 드러낸다. 십자가의 피는 심판의 책임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죄 사함의 새 언약 피로 선포된다.

로마 군인들이 예수를 총독 관저로 데려가 홍포와 가시관, 갈대를 사용해 조롱하는 장면은 제국 권력의 희극적 폭력을 보여 준다. 홍포는 왕의 옷을 흉내 내고, 가시관은 왕관을 조롱하며, 갈대는 홀처럼 쥐어졌다가 머리를 치는 도구가 된다. “유대인의 왕”이라는 인사는 조롱이지만, 마태복음의 역설은 바로 그 조롱 속에 진실이 담긴다는 데 있다. 예수의 왕권은 로마식 힘과 보복으로 나타나지 않고, 모욕을 담당하며 자기 백성을 구원하는 낮아진 왕권으로 나타난다.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의 십자가를 억지로 지고 가는 장면은 로마 군대가 민간인을 강제 동원할 수 있었던 현실을 반영한다. 십자가형은 사형수에게 수치와 공포를 극대화하는 공개 처벌이었다. 처형장은 성 밖 또는 사람들이 오가는 곳 가까이에 위치해 경고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골고다는 “해골의 곳”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며, 마태는 장소의 해부학적 세부보다 그곳에서 왕이신 예수가 수치의 죽음을 당하신다는 신학적 의미에 초점을 둔다. 제자의 길은 영광의 지름길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는 길과 연결된다.

쓸개 탄 포도주를 주는 장면은 고통 완화 또는 조롱과 관련된 관습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예수는 맛보시고 마시려 하지 않으신다. 이는 고난을 무감각하게 피하지 않고 온전히 감당하시는 모습으로 읽을 수 있다. 군인들이 옷을 나누어 제비 뽑는 장면은 시편 22편의 의로운 고난자 언어를 떠올리게 한다. 십자가 위의 죄패에는 “이는 유대인의 왕 예수라”라고 쓰인다. 로마의 죄목 표지는 조롱과 경고였지만, 마태에게는 예수의 정체를 역설적으로 공표하는 표지가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 대제사장들, 서기관들, 장로들, 함께 못 박힌 강도들까지 예수를 조롱한다.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라는 말은 예수의 성전 발언이 왜곡되어 처형 현장에서도 반복됨을 보여 준다.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라는 조롱은 십자가의 역설을 가장 날카롭게 드러낸다. 예수가 자신을 구원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구원하신다. 메시아라면 내려오라는 요구는 사탄의 시험과 닮았지만, 예수는 내려오지 않고 끝까지 순종하심으로 참 아들의 길을 완성하신다.

정오부터 오후 세 시까지 온 땅에 어둠이 임했다는 표현은 예언자적 심판과 애곡의 분위기를 담는다. 십자가는 단순한 인간 폭력의 결과가 아니라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예수 위에 놓이는 사건이다. 예수께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외치신 것은 시편 22편의 첫 구절이다. 이 외침은 절망의 연극이 아니라 실제 버림받음의 고통을 드러내면서도, 시편 전체가 결국 하나님 신뢰와 열방의 예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고난 속 신뢰의 기도이기도 하다. 예수는 하나님의 백성을 대신해 저주의 깊은 자리까지 내려가신다.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실 때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진다. 제2성전에서 휘장은 거룩한 공간의 경계를 표시했고, 특히 지성소와 관련된 상징은 하나님의 임재와 인간의 접근 제한을 나타냈다. 휘장이 위로부터 찢어진다는 표현은 하나님께서 친히 접근의 길을 여셨다는 신학적 의미를 강하게 전달한다. 예수의 죽음은 성전을 단순히 부정하는 사건이 아니라, 성전이 가리키던 속죄와 임재의 길이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성취되는 사건이다.

땅이 진동하고 바위가 터지며 무덤이 열렸다는 묘사는 묵시적 새 창조의 징조로 읽힌다. 마태만 전하는 성도들의 부활 표지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죽음의 권세를 흔드는 종말론적 사건임을 보여 준다. 이 장면은 세부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이한 이야기가 아니라, 십자가가 패배가 아니라 새 시대의 문을 여는 사건이라는 선언이다. 로마 백부장과 함께 지키던 사람들이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방 군인의 입에서 예수의 정체가 인정되는 장면은 복음이 열방을 향해 열릴 것을 암시한다.

여인들이 멀리서 십자가를 바라보는 장면은 마태의 증언 구조에서 중요하다. 막달라 마리아,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는 예수를 갈릴리에서부터 섬기며 따랐던 사람들로 소개된다. 남성 제자들이 흩어진 자리에서 여인들은 십자가와 장사, 빈 무덤의 증인으로 이어진다. 고대 사회에서 여성 증언의 공적 가치가 제한적으로 취급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복음서가 이들을 핵심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꾸며낸 영웅담보다 역사적 기억과 하나님의 역전 방식을 더 잘 보여 준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예수의 시신을 자기 새 무덤에 모신 것은 장례 관습과 제자도의 용기를 함께 보여 준다. 십자가형을 당한 사람의 시신은 수치스럽게 처리될 수 있었지만, 요셉은 빌라도에게 시신을 요청하고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바위 속 새 무덤에 둔다. 새 무덤과 큰 돌은 예수의 죽음이 실제였고 장사가 확인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을 강조한다. 마태는 부활 신앙을 죽음의 부정 위에 세우지 않는다. 참된 부활 소식은 예수께서 실제로 죽으시고 장사되셨다는 사실 위에 선다.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안식일 다음 날 빌라도에게 가서 무덤을 지키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은 역설적이다. 그들은 예수가 사흘 뒤 살아나리라 한 말을 기억하고 제자들의 시신 도난 가능성을 걱정한다. 무덤 봉인과 경비병 배치는 부활을 막으려는 인간적 통제 장치였지만, 마태의 서사에서는 오히려 부활 증언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표지가 된다. 돌과 인장과 경비가 있어도 하나님께서 여시는 새 창조를 막을 수 없다. 십자가 이후의 침묵은 실패의 침묵이 아니라, 부활 아침을 향한 하나님의 시간이다.

마태복음 27장의 배경을 종합하면, 예수의 죽음은 로마의 폭력, 유대 지도층의 정치적 계산, 군중의 왜곡된 선택, 제자들의 흩어짐 속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마태는 그 모든 인간 행위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성경의 성취와 하나님의 구속 계획을 본다. 유대인의 왕이라는 조롱은 참 고백이 되고, 버림받음의 외침은 대속의 깊이를 드러내며, 찢어진 휘장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열렸음을 선포한다. 이 장은 독자에게 십자가를 익숙한 종교 상징이 아니라, 죄와 수치와 권력의 폭력을 담당하고 새 언약의 길을 여신 그리스도의 왕좌로 보게 한다.

오늘 교회가 이 본문을 읽을 때 중요한 적용은 십자가를 승리로 포장하면서 고난의 실제를 지우지 않는 것이다. 예수는 조롱과 불의한 판결과 육체적 고통과 하나님께 버림받는 깊은 어둠을 실제로 통과하셨다. 그러므로 성도는 자기 고통을 숨긴 채 강한 척할 필요가 없다. 동시에 십자가는 악이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한다는 복음이다. 빌라도의 법정, 군인의 조롱, 닫힌 무덤까지 모두 끝처럼 보였지만, 하나님은 그 자리에서 죄 사함의 길과 부활의 새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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