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8장 배경지식: 멜리데 섬, 로마 도착, 열린 결말의 복음 증언

사도행전 28장은 난파 후 멜리데 섬에 도착한 바울 일행에서 시작해, 마침내 로마에서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를 담대히 전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누가는 거대한 폭풍과 배의 파손 이후에도 하나님의 약속이 계속 진행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바울은 죄수 신분으로 로마에 이르지만, 복음은 결박되지 않는다. 이 마지막 장은 제국의 중심을 향한 길, 이방인의 환대, 치유와 표적, 유대 공동체와의 대화, 그리고 열린 결말을 통해 교회가 이어 받아야 할 증언의 방향을 제시한다.

멜리데는 전통적으로 오늘날의 몰타로 이해된다. 사도행전 27장의 항해 기록과 중앙 지중해의 해류, 겨울 항해의 위험을 함께 고려하면 몰타 해안은 난파 후 피난지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본문이 “비가 오고 날이 차매”라고 말하는 것은 계절적 배경을 실감나게 한다. 늦가을이나 겨울의 지중해 섬은 따뜻한 관광지 이미지와 달리 젖은 옷과 바람, 추위가 생존을 위협하는 공간이었다. 섬 주민들이 불을 피워 맞아 준 장면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 생명을 보존하는 환대의 행위였다.

누가는 멜리데 사람들을 “토인”이라고 번역되는 말로 부르지만, 이것은 야만적이라는 의미보다 그리스어를 쓰지 않는 현지인을 가리키는 고대 표현에 가깝다. 그들은 바울 일행에게 “특별한 동정”을 베푼다. 제국의 길 위에서 바울은 로마 관리의 호의도 받고, 이름 없는 섬 주민들의 환대도 받는다. 사도행전은 복음의 전진이 한 문화권의 우월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다양한 사람들의 손길을 통해 자신의 종과 함께한 이들을 보존하신다.

바울이 나무 한 묶음을 거두어 불에 넣을 때 독사가 나와 손을 문다. 섬 사람들은 그가 바다에서는 살아났지만 공의의 여신이 살려 두지 않는 살인자라고 판단한다. 고대 세계에서는 자연 재난과 질병, 사고를 신적 보응과 쉽게 연결하는 사고방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바울이 아무 해를 받지 않자 그들의 판단은 반대로 급격히 바뀌어 그를 신이라고 말한다. 누가는 이 두 반응을 통해 인간의 종교적 해석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보여 준다. 바울의 안전은 그가 신적 존재라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로마 증언의 약속을 지키시기 때문이다.

독사 사건은 마가복음 16장의 후대 본문과 연결해 해석되기도 하지만, 사도행전 자체에서는 바울의 사명 보존과 하나님의 섭리를 드러내는 표지로 읽는 것이 안전하다. 중요한 것은 바울이 재난을 초월한 영웅으로 미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춥고 젖은 사람들과 함께 불을 쬐며 나무를 줍는 죄수다. 그러나 바로 그런 낮은 자리에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드러난다. 복음의 증인은 권력의 중심에 도착하기 전, 이름 없는 섬의 불가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증언한다.

섬의 가장 높은 사람 보블리오는 바울 일행을 사흘 동안 친절히 대접한다. “제일 높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몰타 지역의 지방 지도자나 로마 행정과 연결된 유력자를 가리킬 수 있다. 그의 부친은 열병과 이질에 걸려 누워 있었다. 몰타 지역의 물과 위생, 계절성 질병을 고려할 때 이런 병증은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현실적인 질병 묘사로 이해된다. 바울은 들어가 기도하고 안수하여 그를 낫게 한다. 치유는 바울 자신의 능력 과시가 아니라 기도와 하나님의 긍휼 속에서 일어난다.

보블리오 부친의 치유 후 섬의 다른 병자들도 와서 고침을 받는다. 사도행전에서 치유 표적은 복음의 권위를 드러내며, 예수의 사역이 성령을 통해 사도들의 증언 안에서 계속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누가는 멜리데에서 교회가 세워졌다는 긴 설명을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섬 사람들이 바울 일행을 존경하고 필요한 물건을 배에 실어 주었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하나님의 은혜가 때로는 명시적 선교 보고보다 더 넓은 환대와 회복의 흔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석 달 후 일행은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다시 항해한다. 그 배의 머리 장식은 “디오스구로”였다고 기록된다. 디오스구로이는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항해자들의 수호신처럼 여겨진 쌍둥이 형제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가리킨다. 누가는 이 이교적 배경을 숨기지 않는다. 바울은 로마 세계의 종교 상징이 붙은 배를 타고 로마로 간다. 그러나 사도행전의 관점에서 실제로 바울을 지키고 복음을 이끄시는 분은 이교 신들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다.

수라구사, 레기온, 보디올을 거쳐 로마로 향하는 항로는 고대 지중해 교통망의 실제성을 보여 준다. 수라구사는 시칠리아의 중요한 도시였고, 레기온은 이탈리아 남단의 항구였으며, 보디올은 로마와 연결되는 주요 항만이었다. 로마 자체는 해안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항구와 도로망이 제국 수도의 생명선 역할을 했다. 바울은 제국의 물류와 군사 행정, 도로 체계 위에서 이동한다. 복음은 추상적 사상이 아니라 실제 항구와 길, 여관과 공동체를 통과하며 전해진다.

보디올에서 바울은 형제들을 만나 이레를 함께 머문다. 이는 로마에 이미 기독교 공동체가 존재했음을 보여 준다. 바울은 로마서를 통해 로마 교회에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만, 사도행전 28장에서는 그가 처음으로 그 공동체와 직접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압비오 광장과 트레이스 타베르네까지 형제들이 마중 나왔을 때 바울은 하나님께 감사하고 담대한 마음을 얻는다. 긴 재판과 폭풍, 난파를 지나온 사도에게도 형제들의 환대와 동행은 실제 위로가 되었다.

로마에 들어간 바울은 자기를 지키는 군인 한 사람과 함께 따로 머물도록 허락받는다. 이것은 감옥 안의 엄격한 수감이라기보다 군사 감시 아래 제한된 거주를 의미한다. 로마의 법 절차에서 상소한 죄수가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어느 정도 방문자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 바울은 자유롭지 않지만 완전히 침묵당하지도 않는다. 누가는 바로 이 제한된 공간이 복음 증언의 장소가 되는 역설을 강조한다.

사흘 후 바울은 로마의 유대 지도자들을 불러 자신이 왜 결박되어 왔는지 설명한다. 그는 자기 민족이나 조상의 관습을 거스른 일이 없다고 말하고, 로마인들도 죽일 죄목을 찾지 못했으나 유대인들의 반대로 가이사에게 상소했다고 밝힌다. 여기서 바울은 로마 권력에 아첨하거나 유대 민족을 적대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그는 이스라엘의 소망 때문에 쇠사슬에 매였다고 말한다. 사도행전 전체에서 복음은 이스라엘의 약속과 단절된 새 종교가 아니라, 예수 안에서 성취된 소망으로 제시된다.

로마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서 바울에 대한 공식 편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하지만, 이 “파”가 어디서든 반대를 받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한다. 초대 기독교는 유대교 내부의 메시아 운동으로 시작했으나,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이방인 포함 문제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논쟁을 일으켰다. 로마의 유대 공동체도 이미 예수 운동에 대해 듣고 있었고, 바울의 설명을 직접 듣고자 한다. 누가는 복음 증언이 언제나 오해와 논쟁 속에서도 설명과 설득의 과정을 거쳤음을 보여 준다.

정한 날에 많은 사람이 바울의 숙소로 오자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고,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말을 가지고 예수에 대해 권한다. 이것은 누가-행전의 중요한 해석 원리다. 예수는 구약과 무관하게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아니라, 율법과 선지자가 가리킨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중심이다. 바울의 변증은 단순한 개인 체험담이 아니라 성경 전체의 흐름 속에서 예수를 설명하는 작업이었다.

반응은 나뉜다. 어떤 사람은 믿고 어떤 사람은 믿지 않는다. 사도행전은 복음이 전파되면 언제나 자동으로 모두가 받아들인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복음은 계속 분열과 판단을 드러낸다. 바울은 이사야 6장의 말씀을 인용해 듣고도 깨닫지 못하는 완고함을 설명한다. 이 인용은 유대인을 향한 단순한 정죄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닫힌 마음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주는 예언자적 경고다.

바울은 하나님의 구원이 이방인에게로 보내졌고 그들은 들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 말은 이스라엘을 완전히 폐기했다는 뜻이 아니다. 사도행전 전체에서 바울은 먼저 유대 회당을 찾고 이스라엘의 소망을 증언한다. 그러나 거절이 반복될 때 복음은 이방 세계로 확장된다. 이것은 실패한 대체 계획이 아니라 사도행전 1장 8절에서 이미 제시된 땅끝 선교의 성취다. 로마는 지리적 끝이 아니지만, 제국의 중심으로서 열방을 향한 상징적 문이 된다.

마지막 두 절은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며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 나라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을 담대하고 거침없이 가르쳤다고 말한다. “셋집”이라는 표현은 사도의 처지가 여전히 제한적이었음을 보여 준다. 그는 황제 앞 재판의 결과도 아직 받지 못했고, 자유로운 여행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누가는 재판 결과보다 복음의 상태를 강조한다. 바울은 매여 있지만 말씀은 거침없다.

사도행전의 열린 결말은 의도적이다. 독자는 바울의 최종 운명보다 복음 증언의 계속성을 보아야 한다. 누가는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말씀이 로마에 이르렀음을 보여 주고, 이제 그 증언이 독자의 시대에도 계속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사도행전은 “끝”이라고 닫히지 않고 “거침없이”라는 말로 열린다. 교회는 이 열린 결말 안에서 자신이 다음 증언의 자리로 부름받았음을 듣는다.

오늘의 독자에게 사도행전 28장은 하나님의 섭리가 반드시 순탄한 길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가르친다. 바울은 폭풍, 난파, 독사, 결박, 오해를 지나 로마에 이른다. 그러나 그 모든 사건 속에서 하나님은 약속하신 증언의 길을 닫지 않으신다. 신자는 자신의 상황이 제한되어 보일 때에도, 멜리데의 불가와 로마의 셋집처럼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를 담대히 증언하도록 부름받는다.

또한 이 장은 환대의 신학을 보여 준다. 섬 주민의 불, 보블리오의 집, 로마 형제들의 마중, 바울의 셋집은 모두 사람을 맞아들이는 공간이다. 복음은 환대를 받기도 하고 환대를 베풀기도 하며 전진한다. 하나님은 제국의 권력만이 아니라 이름 없는 이웃의 친절, 형제들의 위로, 병든 자를 위한 기도, 방문자를 맞는 작은 집을 사용하신다. 사도행전 28장의 배경을 알면, 복음의 길이 거창한 무대뿐 아니라 일상의 문턱과 식탁과 불가에서도 계속 열린다는 사실을 더 분명히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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