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3장 배경지식: 유대인의 특권과 하나님의 의, 믿음으로 세워지는 율법

로마서 3장은 바울이 앞 장에서 제기한 유대인과 이방인의 심판 문제를 더 깊이 밀고 들어가며, 복음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로마의 그리스도인 공동체에는 유대인 신자와 이방인 신자가 함께 있었고, 디아스포라 회당 전통과 로마 도시 문화가 서로 부딪히는 현실이 있었다. 바울은 유대인의 특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특권이 자기 의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장은 그래서 언약의 표지와 율법의 소유, 인간의 죄, 그리스도의 대속,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이라는 주제가 한곳에 모이는 복음의 중심부다.

바울은 먼저 “유대인의 나음”과 “할례의 유익”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는 앞 장의 논리를 듣는 유대인 독자가 당연히 제기할 질문이다. 제2성전기 유대인에게 할례와 율법, 성전과 조상들의 약속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구별하셨다는 실제 표지였다. 바울은 이 특권을 무의미하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대인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맡겨졌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씀은 단순한 종교 문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 언약, 약속, 명령을 포함하는 신탁의 보물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맡았다는 사실은 자동으로 의를 보장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고 해서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폐하여지는 것은 아니다. 바울은 인간의 불성실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대비한다. 고대 유대 전통에서 하나님은 언약에 신실하신 분으로 고백되었고, 바울도 그 고백을 붙든다. 문제는 하나님이 약속을 어기셨는가가 아니라, 언약 백성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 죄 앞에서 얼마나 신실하지 못한가다.

바울이 “사람은 다 거짓되되 오직 하나님은 참되시다”라고 말할 때, 그는 시편의 언어를 사용해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옹호한다. 고대 세계에서 신의 의로움은 재판과 판결의 이미지와 자주 연결되었다. 바울에게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죄를 대충 덮는 부족 신이 아니라, 온 세상을 판단하시는 의로운 재판장이시다. 따라서 인간의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낸다는 식의 궤변은 복음의 논리가 아니다. 죄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고 하여 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3장 중반에서 바울은 유대인과 헬라인이 모두 죄 아래 있다고 결론 내린다. “죄 아래”라는 표현은 단순히 나쁜 행동을 몇 번 했다는 뜻보다 강하다. 죄는 인간이 통제하는 작은 실수가 아니라 사람을 지배하고 공동체와 언어와 욕망을 왜곡하는 권세처럼 묘사된다. 로마 제국은 법과 질서, 시민권과 도덕을 자랑했지만,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 교양 있는 사람과 야만인, 율법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같은 처지에 있다고 말한다.

바울은 시편과 이사야의 여러 구절을 엮어 인간의 죄를 전신적으로 묘사한다. 의인은 없고, 깨닫는 자도 없으며,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다는 말은 인간 사회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악하다는 기계적 진술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의롭다고 설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포괄적 판결이다. 목구멍, 혀, 입술, 입, 발, 눈이 차례로 언급되면서 죄가 생각과 말과 관계와 행동과 하나님 경외의 결핍에까지 스며든 모습이 드러난다.

이 인용 배열은 회당에서 성경을 읽고 해석하던 청중에게 강하게 들렸을 것이다. 바울은 이방인의 악행만 고발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성경 자체가 인간 죄의 보편성을 증언한다고 말한다. 율법은 죄인을 의롭게 만드는 소유물이 아니라, 죄를 깨닫게 하는 하나님의 거울이 된다.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다”는 말은 율법이 악하다는 뜻이 아니다. 거룩한 율법은 죄 아래 있는 인간에게 자기 의의 사다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제는”이라는 말과 함께 복음의 전환이 시작된다. 율법 외에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지만, 이 의는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언을 받은 의다. 바울은 복음을 구약과 단절된 새 종교로 제시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의는 이스라엘의 성경이 바라보던 약속의 성취로 나타난다. “율법 외에”라는 표현은 율법의 행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하나님의 계시와 무관하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친다. 유대인과 이방인의 차별이 없다는 말은 로마 교회 안에서 매우 실제적인 의미를 가졌다. 유대인은 성경과 할례의 특권을 가졌지만 죄 아래 있고, 이방인은 율법 밖에 있었지만 같은 은혜로 부름받는다. 복음은 한쪽의 문화적 우월성을 다른 쪽에게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를 그리스도 안에서 같은 은혜의 자리로 낮추고 세운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한다”는 문장은 창조와 예배의 배경을 가진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아 그분의 영광을 반영하고 예배하도록 부름받았지만, 우상숭배와 불의로 그 목적에서 벗어났다. 로마서 1장에서 우상숭배가 인간의 마음과 사회를 어둡게 했듯이, 3장에서는 그 결과가 보편적 죄의 판결로 정리된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가 선포된다.

바울은 의롭다 하심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과 연결한다. 속량은 노예 해방, 포로 석방, 빚에서 풀려남을 떠올리게 하는 언어다. 고대 로마 사회에는 노예 제도와 후원 관계, 법적 지위의 차이가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울의 표현은 인간이 죄의 권세 아래 묶여 있으며, 그리스도의 죽음이 해방의 값을 치르는 사건임을 보여 준다. 이 해방은 인간의 공로나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서 나온다.

또 바울은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화목제물”로 세우셨다고 말한다. 이 단어는 속죄소, 곧 지성소 안 언약궤 덮개와 연결해 이해되어 왔고, 동시에 죄를 덮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속죄의 의미를 담는다. 제2성전기 유대인에게 속죄일과 피, 성전 제사는 죄와 정결, 하나님 임재의 문제를 강하게 떠올리게 했다. 바울은 이제 그리스도의 피 안에서 하나님이 죄를 공정하게 다루시고 은혜를 베푸시는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셨다는 표현은 하나님이 죄를 무시했다는 뜻이 아니다. 구약 시대의 제사와 오래 참으심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향해 열려 있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은 죄를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며, 동시에 믿는 자를 의롭다 하신다. 이것이 바울이 말하는 하나님의 의로우심이다. 하나님은 죄를 심판하시는 의로운 분이시면서, 예수를 믿는 자를 의롭다 하시는 은혜의 하나님이시다.

이 복음은 자랑을 배제한다. 유대인은 율법의 소유를 자랑할 수 없고, 이방인은 자기 철학이나 시민 문화를 자랑할 수 없다. 로마 사회는 명예와 후원, 가문과 시민권, 공적 업적을 중시했다. 그러나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 복음은 사람의 자랑을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은혜만 높인다. 믿음은 인간이 내세우는 새로운 공로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하나님의 의를 받는 빈손의 응답이다.

바울은 사람이 율법의 행위와 상관없이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고 결론 내린다. 이 말은 종교적 무질서나 윤리적 방종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이 유대인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이방인의 하나님도 되신다는 사실을 선포한다. 한 분 하나님이 할례자도 믿음으로, 무할례자도 믿음으로 의롭다 하신다. 유대교의 핵심 고백인 한 분 하나님 신앙이 복음 안에서 열방을 품는 논리로 확장된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믿음이 율법을 폐하지 않고 도리어 굳게 세운다고 말한다. 이는 로마서 전체의 중요한 균형이다. 복음은 율법을 구원의 공로 체계로 만들지 않지만, 율법이 증언한 하나님의 의와 거룩한 뜻을 무너뜨리지도 않는다. 그리스도 안에서 율법의 참 목적이 드러나고,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백성은 성령 안에서 새로운 순종의 길로 부름받는다.

로마서 3장의 배경을 알면, 이 장이 단순한 교리 문장들의 모음이 아니라 유대 회당의 성경 읽기, 로마 도시의 명예 문화, 성전 속죄의 언어, 언약과 열방의 약속이 만나는 복음의 논증임을 보게 된다. 바울은 모든 사람을 죄 아래 두지만 절망으로 끝내지 않는다. 바로 그 보편적 죄의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믿음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의를 선포한다. 그래서 교회는 자랑이 아니라 감사로, 배제가 아니라 같은 은혜 안의 연합으로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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