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7장 배경지식: 율법, 죄, 속사람의 탄식과 그리스도 안의 해방
로마서 7장은 바울의 율법 이해를 둘러싸고 가장 많이 토론되어 온 본문 가운데 하나다. 6장에서 신자가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의의 종이 되었다고 말한 바울은, 7장에서 율법과 죄와 인간의 무능이라는 더 깊은 문제를 다룬다. 이 장은 율법 자체를 악한 것으로 몰아가지 않으면서도, 죄 아래 있는 인간에게 율법이 어떻게 생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오히려 죄의 실체를 드러내는지를 보여 준다.
바울은 먼저 결혼법 비유를 사용한다. 고대 유대와 로마 세계에서 결혼은 단순한 개인 감정의 결합이 아니라 법적·가족적 소속과 의무를 동반했다. 배우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결속이 유효하지만, 죽음은 그 법적 관계를 끝낸다. 바울은 이 원리를 통해 신자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속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무법 상태가 아니라 소속의 변화다.
“다른 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가서”라는 표현은 신자의 새 열매를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결합 안에 둔다. 바울에게 윤리는 독립된 도덕 훈련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에서 나온다. 옛 소속 아래서는 죄의 정욕이 율법을 통해 몸의 지체 가운데 역사하여 죽음의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이제 신자는 성령의 새로움으로 섬기며, 문자에 갇힌 낡은 방식으로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다.
“문자”와 “성령”의 대조는 유대교 전체를 기계적 율법주의로 단순화하는 말이 아니다. 제2성전기 유대 문헌에는 율법을 하나님의 선물과 지혜로 찬양하는 전통이 강하게 나타난다. 시편 119편, 벤 시라, 쿰란 공동체의 문헌은 모두 토라를 언약 백성의 길로 소중히 여겼다. 바울도 율법을 거룩하고 의롭고 선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율법의 선함이 아니라 죄 아래 있는 인간의 상태다.
바울은 “율법이 죄냐”라는 질문에 “그럴 수 없느니라”고 답한다. 율법은 죄를 만들어 낸 원인이 아니라 죄를 알게 하는 거울이다. “탐내지 말라”는 계명은 마음 깊은 곳의 욕망을 드러낸다. 고대 윤리 전통도 욕망의 통제를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바울은 문제를 단순한 자기 절제의 실패보다 깊게 본다. 죄는 계명을 기회로 삼아 인간 안의 욕망을 깨우고, 선한 계명을 죽음으로 왜곡한다.
여기서 “기회”로 번역되는 말은 군사적 거점이나 작전 기회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죄는 하나님의 계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데서만 일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한 명령을 이용해 인간의 반항심과 자기중심성을 드러낸다. 금지 명령을 들을 때 더 강하게 욕망이 솟는 경험은 현대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바울은 이 보편적 경험을 아담 이야기와 이스라엘의 율법 경험까지 연결해 읽는다.
“전에 율법을 깨닫지 못했을 때에는 내가 살았더니”라는 말의 “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바울 개인의 회심 전 경험으로 읽고, 어떤 이들은 아담 또는 율법 아래 있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목소리로 읽는다. 로마서 전체의 흐름을 보면 바울은 개인적 고백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인간과 이스라엘의 대표적 곤경을 함께 말하는 듯하다. 율법이 들어오자 죄가 살아나고 나는 죽었다는 표현은 아담의 명령 위반과 이스라엘의 언약 실패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바울이 말하는 “죄”는 단순히 개별적 나쁜 행동들의 합이 아니다. 로마서에서 죄는 사람을 지배하는 권세처럼 묘사된다. 5장에서는 아담 안에서 죄와 죽음이 왕 노릇했고, 6장에서는 죄가 주인처럼 명령하며, 7장에서는 죄가 계명을 이용해 속이고 죽인다. 이 인격화된 표현은 죄의 깊이를 보여 준다. 인간은 단지 정보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알면서도 그 선을 행할 능력이 없는 지배 아래 있다.
그렇다고 율법이 폐기되어야 할 악한 제도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바울은 “율법은 거룩하고 계명도 거룩하고 의로우며 선하다”고 선언한다. 개혁파 해석 전통은 이 지점을 중요하게 붙든다. 율법은 하나님의 성품과 뜻을 반영하며, 죄를 깨닫게 하고 그리스도께 나아가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율법은 타락한 인간 안에 새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이 아니다. 생명은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주어진다.
장 후반부의 “나는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 팔렸도다”라는 탄식은 바울 서신 전체에서 가장 절절한 인간 이해를 보여 준다. “육신”은 물질적 몸 자체를 악하다고 보는 헬라식 이원론이 아니다. 바울에게 육신은 하나님을 떠나 아담 안의 옛 질서와 죄의 권세 아래 놓인 인간 존재 방식을 가리킨다. 따라서 몸을 가진 삶이 악한 것이 아니라, 죄가 몸과 마음과 의지를 지배하는 상태가 문제다.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한다”는 말은 깊은 분열을 드러낸다. 고대 철학에서도 사람은 더 나은 것을 알면서도 더 나쁜 것을 행하는 무절제, 곧 아크라시아의 문제를 논했다. 그러나 바울은 이 문제를 단순한 의지력 부족이나 교육 부족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선한 율법에 동의하는 마음이 있어도, 죄의 법이 몸의 지체 안에서 싸워 사람을 사로잡는 현실을 말한다.
이 본문이 거듭난 신자의 현재 경험을 말하는지, 율법 아래 있는 사람의 무력함을 말하는지에 대해서도 긴 해석사가 있다. 어거스틴 이후 서방 교회와 종교개혁 전통은 신자 안에 남아 있는 죄와의 싸움을 강조해 읽어 왔다. 반면 많은 현대 주석가들은 로마서 7장의 “나”가 성령 안의 새 삶을 본격적으로 말하는 8장 이전, 곧 그리스도 밖 또는 율법 아래 인간의 대표적 곤경을 드러낸다고 본다. 어느 쪽이든 바울의 결론은 자기 구원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감사다.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라는 표현은 인간 내면에 하나님의 선을 향한 인식과 갈망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갈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바울은 다른 법이 내 지체 속에서 마음의 법과 싸워 죄의 법 아래로 사로잡는다고 말한다. 이 전쟁 이미지는 로마 제국 독자들에게 매우 생생했을 것이다. 포로로 끌려가는 사람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승자의 지배 아래 놓인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라는 탄식은 복음의 문턱에서 터져 나온 절망이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라는 질문은 인간 스스로의 개선 가능성에 대한 낙관을 무너뜨린다. 고대 세계에는 도덕 훈련, 철학적 수양, 종교적 정결 의식, 시민적 명예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다양한 길이 있었다. 바울은 그런 길들이 인간의 죄와 죽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답은 즉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로 이어진다. 로마서 7장의 어두운 탄식은 8장의 밝은 선언,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 결코 정죄함이 없다는 복음으로 넘어간다. 그러므로 7장은 절망에서 끝나는 장이 아니다. 율법 아래 인간의 무능과 죄의 권세를 철저히 드러냄으로써, 성령 안에서 주어지는 해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 주는 장이다.
로마서 7장의 배경을 알면 바울이 율법을 공격하는 반유대적 논리를 펴는 것이 아님을 보게 된다. 그는 율법을 하나님의 선한 계시로 인정하면서도, 죄가 그 선한 계시까지 이용해 인간을 정죄와 죽음 아래 드러내는 현실을 말한다. 유대적 토라 사랑, 아담과 이스라엘의 이야기, 로마 세계의 법과 소속 이미지, 고대 윤리의 욕망 논의가 모두 이 장 안에서 만난다.
오늘의 독자에게 로마서 7장은 자기 의와 자기 구원의 환상을 내려놓게 한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선을 원한다는 내면의 동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죄를 가볍게 보거나 율법을 생명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자신의 탄식이 끝이라고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바울의 질문은 그리스도께 이끌기 위한 질문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새 삶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로마서 7장은 신자의 정직한 자기 인식과 복음 의존을 함께 가르친다. 율법은 죄를 드러내고 하나님의 선한 뜻을 보여 주지만, 죄와 죽음에서 건지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 장을 지나 8장으로 들어갈 때 독자는 왜 성령의 생명의 법이 필요하고, 왜 정죄 없음이 은혜의 선언인지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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