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장 배경지식: 율법의 마침이신 그리스도, 입술의 고백과 온 땅에 퍼진 복음
로마서 10장은 9장에서 제기된 이스라엘의 불신앙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다룬다. 바울은 이스라엘을 향한 마음을 차갑게 접지 않는다. 그는 “내 마음에 원하는 바와 하나님께 구하는 바는 이스라엘을 위함이니 곧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함이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로마서 9–11장의 논의가 논쟁적 승리나 이방 교회의 자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과 이스라엘의 구원을 향한 깊은 목회적 아픔에서 나온 것임을 보여 준다.
바울은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께 대한 열심이 있다고 인정한다. 제2성전기 유대교는 율법, 성전, 안식일, 할례, 음식 규례, 절기, 기도와 자선 같은 삶의 표지를 통해 언약 백성의 정체성을 지켜 왔다. 헬레니즘과 로마 지배의 압력 속에서 토라에 충실하려는 열심은 단순한 형식주의가 아니라 신앙과 민족 생존의 중요한 표현이었다. 바울 자신도 한때 그 열심을 누구보다 강하게 품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바울은 그 열심이 “지식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지식은 정보량이나 종교 학식만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 의를 드러내신 방식을 바르게 아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 하면, 율법은 하나님의 은혜를 가리키는 길이 아니라 인간의 자랑을 세우는 도구가 된다. 바울의 비판은 율법 자체보다, 그리스도를 거절한 채 율법을 자기 의의 체계로 붙드는 태도를 향한다.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는 구절은 로마서 10장의 핵심이다. “마침”은 끝장이나 폐기만이 아니라 목표, 완성, 도달점의 의미를 함께 가진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율법의 참 목적을 성취하신 분이라고 말한다. 모세 율법은 이스라엘의 삶을 규정하고 죄를 드러내며 하나님의 뜻을 보여 주었지만, 의롭다 하심과 새 생명의 완성은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다.
바울은 레위기 18장과 신명기 30장을 함께 끌어온다. “이를 행하는 사람은 그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율법의 언어는 언약 백성의 순종과 생명을 말한다. 그러나 신명기 30장의 말씀은 하나님의 명령이 하늘 위나 바다 건너에 있는 불가능한 비밀이 아니라 백성의 입과 마음에 가까이 있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 바울은 이 본문을 그리스도의 강림과 부활, 그리고 복음 선포의 가까움으로 읽는다.
“누가 하늘에 올라가겠느냐” 또는 “누가 무저갱에 내려가겠느냐”는 말은 인간이 구원을 획득하기 위해 초월적 영역을 정복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오셨고, 죽으셨으며, 다시 살아나셨다. 복음은 인간의 영웅적 상승이나 신비 탐험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가까이 가져오신 말씀이다. 그래서 바울은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고백한다는 표현도 배경 속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고대 세계에서 공개적 고백은 단순한 사적인 생각 표현이 아니라 소속과 충성의 선언이었다. 로마 제국의 도시들에서는 황제와 신들에게 충성을 표하는 의례가 사회적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 세계에서 “예수는 주”라고 고백하는 일은 종교적 문구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그것은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를 참 주로 인정하는 신앙의 공개적 방향 전환이었다.
바울은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마음과 입은 분리된 두 단계의 공로가 아니다. 마음의 믿음은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셨다는 복음의 중심을 붙들고, 입의 고백은 그 믿음이 공동체와 세상 앞에서 드러나는 방식이다. 믿음은 내면에 갇힌 추상적 동의가 아니며, 고백은 믿음을 대체하는 외적 형식도 아니다.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는 이사야 인용은 로마서 9장 끝의 걸림돌 본문과 연결된다. 시온에 놓인 돌이 어떤 이에게는 넘어지는 돌이지만, 믿는 자에게는 견고한 기초가 된다. 바울은 이 약속을 유대인과 헬라인 모두에게 적용한다. 복음 안에서 주께서는 모든 사람의 주가 되시며,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풍성하시다. 이 보편성은 이스라엘의 약속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이 열방으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요엘서의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는 말씀도 중요하다. 원래 문맥에서 주의 이름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이다. 바울은 이 말씀을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복음의 장면에 적용한다. 이는 초대교회가 예수를 하나님의 구원 행위의 중심에 두었음을 보여 준다. 주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민족적 경계나 사회적 지위보다 더 근본적인 구원의 표지로 제시된다.
이어지는 질문들은 선교의 사슬을 만든다. 믿지 않는 이를 어떻게 부르며, 듣지 못한 이를 어떻게 믿으며,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떻게 들으며, 보내심을 받지 않았으면 어떻게 전파하겠는가. 고대 로마 제국의 도로망과 항해로는 소식의 이동을 가능하게 했고, 디아스포라 회당과 도시 네트워크는 복음 전파의 접촉점을 제공했다. 그러나 바울에게 결정적인 것은 인간의 교통망이 아니라 하나님이 전파자를 보내신다는 사실이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라는 이사야 52장의 인용은 포로 귀환과 하나님의 왕권 선포를 배경으로 한다. 바벨론 포로의 절망 속에서 시온을 향해 평화와 구원의 소식을 가져오는 전령의 발은 아름답다. 바울은 이 이미지를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에 적용한다. 복음은 단순한 종교 정보가 아니라 하나님이 왕으로 다스리시며 자기 백성을 구원하신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바울은 모든 사람이 복음에 순종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사야 53장의 “우리가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냐”는 탄식은 고난받는 종의 메시지가 거절당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십자가의 메시아는 인간의 기대와 자랑을 흔드는 방식으로 오셨다. 그러므로 복음의 거절은 하나님의 말씀 부족이나 약속 실패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하나님의 방식으로 오신 메시아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 나타난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는 구절은 복음 선포의 중요성을 분명히 한다. 믿음은 인간 내면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종교 감정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관한 말씀을 들을 때 성령께서 일으키시는 응답이다. 개혁파 전통은 이 본문을 말씀 선포와 믿음의 관계를 설명할 때 중요하게 다루어 왔다. 교회는 사람의 지혜나 분위기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도록 부름받았다.
바울은 시편 19편의 언어를 사용해 “그 소리가 온 땅에 퍼졌다”고 말한다. 시편 19편은 원래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창조의 증언을 노래한다. 바울은 그 보편적 울림을 복음 선포의 확장과 연결한다. 이는 복음이 한 지역의 폐쇄된 메시지로 남지 않았음을 말한다. 사도적 선교는 지중해 세계 곳곳으로 퍼졌고, 로마 교회 자체가 그 살아 있는 확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신명기와 이사야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전혀 듣지 못한 것이 아님을 말한다. “내가 백성 아닌 자로써 너희를 시기하게 하리라”는 신명기의 말씀은 이방인의 포함이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도발적 은혜로 기능함을 보여 준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버리기 위해 이방인을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도 자기 의를 내려놓고 긍휼의 방식으로 돌아오도록 자극하신다.
이사야 65장의 “내가 나를 찾지 아니한 자들에게 찾은 바 되고”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은혜가 예상 밖의 사람들에게 임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동시에 “종일 내 손을 벌렸노라”는 말씀은 순종하지 않고 거슬러 말하는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을 보여 준다. 로마서 10장은 그래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 이방인의 포함과 이스라엘을 향한 지속적 호소를 함께 붙든다.
로마서 10장의 배경을 알면 이 장이 단순히 개인 구원 공식만을 말하는 본문이 아님을 알게 된다. 여기에는 제2성전기 유대인의 율법 열심, 신명기의 말씀 가까움, 이사야의 좋은 소식, 요엘의 주 이름 부름, 로마 세계의 공개 고백과 선교 네트워크, 그리고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한 교회의 긴장이 모두 들어 있다. 바울은 이 모든 배경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율법의 목표이시며 모든 믿는 자에게 의가 되신다고 선포한다.
오늘의 독자에게 로마서 10장은 열심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가르친다. 종교적 성실함, 전통, 윤리적 노력, 공동체 소속이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동시에 이 장은 복음이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말씀을 우리 가까이에 두셨고, 믿음과 고백으로 그 은혜에 응답하게 하신다.
그러므로 로마서 10장은 교회를 겸손한 선교 공동체로 부른다. 우리는 자기 의를 세우는 방식으로 신앙을 말하지 말고,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며 그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 주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길이 열려 있다면, 교회는 그 복음을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 익숙한 공동체와 낯선 열방 모두에게 충실하게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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