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6장 배경지식: 뵈뵈, 로마의 집 교회들, 복음 안의 동역자 공동체
로마서 16장은 긴 인사 명단 때문에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초대교회의 실제 얼굴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 주는 본문 가운데 하나다. 바울은 로마 교회에 아직 직접 오래 머문 적이 없었지만, 복음의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동역자를 이름으로 부른다. 이 장을 배경지식으로 읽으면 로마서가 추상적 교리 논문이 아니라, 여러 도시와 집과 관계망을 따라 움직인 살아 있는 선교 편지였음을 보게 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뵈뵈다. 바울은 그를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추천한다. 겐그레아는 고린도 동쪽 항구였고, 에게해를 향한 교통과 상업의 문이었다. 바울이 로마서를 고린도 근처에서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뵈뵈가 이 편지를 로마까지 전달한 중요한 운반자였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꾼”으로 번역되는 말은 문맥에 따라 봉사자, 사역자, 집사적 역할을 가리킬 수 있다. 바울은 뵈뵈를 단순한 우편 전달자가 아니라 교회가 주 안에서 합당하게 영접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야 할 사람으로 소개한다. 고대 편지 문화에서 추천은 신뢰와 후원의 통로였다. 낯선 도시의 교회가 뵈뵈를 받아들이려면 바울의 권위 있는 소개가 필요했다.
바울은 뵈뵈가 많은 사람과 자신에게 보호자 또는 후원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 표현은 고대 지중해 사회의 후원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경제적 자원, 숙소, 법적 보호, 여행 지원, 공동체 연결은 복음 사역에 실제로 필요했다. 로마서 16장은 여성 동역자가 초대교회 선교와 교회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 준다.
이어 바울은 브리스가와 아굴라에게 문안한다. 이 부부는 사도행전에서도 바울과 함께 장막 만드는 일을 했고, 에베소에서 아볼로에게 하나님의 도를 더 정확하게 풀어 준 인물로 나온다. 그들은 로마, 고린도, 에베소를 오가며 복음 사역에 참여한 이동형 동역자였다.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유대인 추방령 때문에 로마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배경도 로마 교회의 역사와 연결된다.
바울은 그들이 자기 목숨을 위해 목까지 내놓았다고 말한다. 구체적 사건은 알 수 없지만, 에베소나 다른 선교 현장에서 바울을 위해 위험을 감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바울은 자신뿐 아니라 이방인의 모든 교회도 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한다. 이는 이 부부의 사역이 한 지역에 머물지 않고 넓은 이방 선교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었음을 보여 준다.
브리스가와 아굴라의 집에 있는 교회라는 표현은 초대교회가 주로 가정 공간에서 모였음을 알려 준다. 로마에는 오늘날처럼 하나의 대형 교회 건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집 교회가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마의 주거 구조는 부유한 집, 상가와 주거가 섞인 건물, 임대주택 등으로 다양했고, 교회의 모임 규모와 구성도 집주인의 공간과 사회적 위치에 영향을 받았다.
에배네도는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께 처음 맺은 열매로 불린다. 여기서 아시아는 현대의 아시아 대륙 전체가 아니라 로마 행정구역인 아시아 속주, 곧 에베소를 중심으로 한 소아시아 서부 지역을 가리킨다. 한 사람의 이름 안에는 바울의 아시아 선교 역사와 그 열매가 로마까지 이어진 이동성이 담겨 있다.
마리아, 안드로니고, 유니아, 암블리아, 우르바노, 스다구, 아벨레 등 여러 이름은 로마 교회가 다양한 민족과 신분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였음을 암시한다. 어떤 이름은 유대적 배경을, 어떤 이름은 그리스·라틴식 노예 또는 해방노예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로마 제국의 수도 교회는 귀족만의 모임도, 한 민족만의 모임도 아니었다. 복음은 서로 다른 사회적 위치의 사람들을 한 문안 안에 묶었다.
안드로니고와 유니아는 바울의 친척 또는 동족이며 함께 갇혔던 사람으로 소개된다. 바울은 그들이 사도들 가운데 잘 알려졌고 자기보다 먼저 그리스도 안에 있었다고 말한다. 이 구절은 초기 교회 안에 바울보다 앞서 믿고 고난을 겪은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로마서 16장은 바울의 사역이 홀로 선 천재의 일이 아니라 선배와 동료, 감옥의 동지들과 함께한 복음의 역사였음을 드러낸다.
바울은 “주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주 안에서 수고한”이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이 반복은 단순한 경건한 수식어가 아니다. 로마 교회의 관계는 혈연, 후원, 신분, 직업, 출신 도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묶인 사람들이다. 바울은 각자의 수고와 위험과 사랑을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해석한다.
드루배나와 드루보사, 그리고 사랑하는 버시 같은 여성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바울은 그들이 주 안에서 수고했다고 말한다. “수고”라는 표현은 바울이 복음 사역의 노동을 묘사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로마서 16장은 여성들이 단순한 청중이나 후원자에 머물지 않고, 교회 사역의 실제 노동에 깊이 참여했음을 보여 준다.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문안도 흥미롭다. 바울은 루포의 어머니를 자기 어머니라고 부른다. 이것은 혈연이라기보다 복음 안에서 받은 돌봄과 가족성을 표현한 말일 가능성이 크다. 초대교회는 생물학적 가족을 넘어선 새 가족 공동체를 형성했다. 여행하는 사역자에게 숙소와 음식, 보호와 격려를 제공한 가정은 선교의 숨은 기반이었다.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는 말은 고대 지중해 세계의 인사 관습을 교회 안에서 거룩하게 재해석한 표현이다. 입맞춤은 가족과 가까운 관계의 표시였지만, 교회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가 된 사람들의 화해와 환대를 드러냈다. 물론 이것은 문화마다 동일한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는 명령이라기보다, 복음 공동체의 거룩한 환대와 평화를 몸으로 표현하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은 따뜻한 인사만으로 편지를 끝내지 않는다. 그는 교훈을 거슬러 분쟁을 일으키고 거치게 하는 자들을 살피고 떠나라고 경고한다. 로마 교회는 다양한 집 교회와 배경을 가진 만큼 거짓 교훈과 분열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었다. 바울은 부드러운 관계의 언어와 단호한 분별의 언어를 함께 사용한다.
“그들의 신은 자기 배”라는 표현은 거짓 교사들이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욕망과 이익을 섬긴다는 비판이다. 고대 수사 문화에서는 매끄러운 말과 아첨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바울은 순진한 사람들의 마음이 그럴듯한 말에 속지 않도록 경고한다. 교회는 환대해야 하지만, 복음을 허무는 가르침까지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바울은 로마 성도들의 순종이 모든 사람에게 들렸다고 칭찬하면서도, 선한 데 지혜롭고 악한 데 미련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이는 세상의 악을 경험적으로 잘 알아야 성숙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선을 분별하는 지혜는 깊어야 하고, 악을 실행하는 교활함에는 서툴러야 한다는 뜻이다. 복음 공동체의 성숙은 순진함과 분별 없음이 아니라, 선을 향한 지혜와 악을 향한 비참여로 나타난다.
“평강의 하나님께서 속히 사탄을 너희 발 아래에서 상하게 하시리라”는 말은 창세기 3장 15절의 뱀을 짓밟는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로마서 16장의 교회 갈등과 거짓 교훈 경계는 우주적 복음 전쟁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악의 권세를 꺾으시며, 교회는 평강의 하나님이 이루시는 승리에 참여한다.
마지막 송영은 로마서 전체의 신학을 압축한다. 하나님은 바울의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함으로 성도들을 능히 견고하게 하신다. 이 복음은 오랫동안 감추어졌다가 이제 드러난 신비이며, 선지자들의 글을 통해 모든 민족이 믿어 순종하게 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이다. 로마서 처음의 “믿어 순종하게 하나니”라는 목적이 마지막에도 다시 울린다.
로마서 16장의 배경을 알면, 바울의 복음이 교리와 공동체, 선교와 일상, 남성과 여성, 유대인과 이방인, 노예와 자유인, 항구와 수도, 집 교회와 세계 선교를 하나로 묶는다는 사실이 보인다. 복음은 이름 없는 대중 속에서가 아니라 뵈뵈, 브리스가, 아굴라, 유니아, 버시, 루포의 어머니 같은 실제 사람들의 수고와 환대와 위험 감수를 통해 전진했다.
오늘의 교회가 로마서 16장을 읽을 때, 우리는 복음의 큰 진리를 작은 관계와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이 모든 민족을 믿음의 순종으로 부르시는 계획은, 누군가를 추천하고 영접하며, 집을 열고, 수고를 기억하고, 거짓 교훈을 분별하며, 서로를 거룩하게 문안하는 공동체 안에서 드러난다. 로마서의 마지막 장은 교회가 복음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를 이름들의 신학으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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