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5장 배경지식: 공동체 거룩, 근친상간 사건, 묵은 누룩을 버리라
고린도전서 5장은 고린도 교회의 분열과 교만 문제가 단지 말다툼이나 지도자 선호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바울은 이제 교회 안에서 공개적으로 알려진 성적 범죄를 다룬다. “어떤 사람이 그 아버지의 아내를 취하였다”는 사건은 대개 계모와의 관계로 이해된다. 구약 율법과 유대 전통뿐 아니라 로마 법과 일반적인 이방 사회의 도덕 감각에서도 심각하게 금지된 관계였다.
바울이 “이방인 중에서도 없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고린도 사회 전체가 성적으로 깨끗했다는 뜻이 아니다. 고린도는 항구도시와 상업도시의 성격, 다양한 이주민과 종교 문화, 후원자와 신분 경쟁이 얽힌 도시였다. 그러나 바로 그런 도시에서도 아버지의 아내를 취하는 일은 가족 질서와 상속, 명예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스캔들로 여겨질 수 있었다. 바울은 교회가 세상보다 더 낮은 윤리 기준을 보이는 현실을 지적한다.
“아버지의 아내”라는 표현은 친어머니보다 아버지의 다른 아내, 곧 계모를 가리킬 가능성이 크다. 레위기 18장과 20장은 아버지의 아내와 동침하는 것을 아버지의 하체를 범하는 일로 규정한다. 신명기 27장도 그런 행위를 저주 아래 둔다. 바울은 이방 선교 현장의 교회에 편지를 쓰고 있지만, 그의 윤리 판단은 창조 질서와 구약 성경의 거룩한 백성 개념과 분리되지 않는다.
더 충격적인 것은 범죄 자체만이 아니라 교회의 반응이다. 바울은 “그리하고도 너희가 오히려 교만하여졌다”고 말한다. 고린도 교회는 영적 은사와 지식, 자유를 자랑했지만 공동체의 거룩을 위해 애통하지 않았다. 여기서 교만은 단순한 자부심이 아니라 죄를 대수롭지 않게 만들고, 은혜와 자유를 방종으로 오해하는 태도다. 바울은 마땅히 슬퍼하며 그 사람을 공동체에서 내보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개인의 행동은 가족과 집단 전체의 명예에 영향을 주었다. 바울도 공동체적 책임을 강조하지만, 그 기준은 명예 체면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거룩이다. 교회는 단순한 사교 모임이나 철학 학파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피로 세워진 새 언약 공동체다. 한 사람의 공개적이고 지속적인 죄를 방치하면, 그것은 공동체 전체가 어떤 복음을 믿는지 드러내는 문제가 된다.
바울은 자신이 몸으로는 떠나 있으나 영으로는 함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신비한 원격 통제라기보다 사도적 권위와 공동체적 판단의 언어다. 그는 주 예수의 이름으로 모일 때, 자기 영도 함께하며 주 예수의 능력으로 그 사람을 “사탄에게 내주라”고 명한다. 이 표현은 매우 강하지만, 목적은 파괴 자체가 아니라 “육신은 멸하고 영은 주 예수의 날에 구원을 받게” 하려는 징계적 목적이다.
“사탄에게 내준다”는 말은 교회 밖 영역을 사탄의 지배 아래 있는 세상으로 보는 초기 기독교적 세계관과 연결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있는 거룩한 공동체이며, 공동체 밖은 하나님 나라의 보호와 훈련 질서에서 제외되는 장소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출교나 배제는 단순한 사회적 추방이 아니라 죄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회개로 이끄는 엄중한 조치다.
바울의 징계 목적을 오해하면 안 된다. 그는 죄인을 미워하거나 영원히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고린도후서 2장의 회복 논의와 연결해 보면, 교회 징계는 회개한 사람을 다시 품는 사랑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회복을 말하려면 먼저 죄를 죄로 부르고, 공개적으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를 방치하지 않는 진실함이 필요하다.
이어 바울은 누룩 비유를 사용한다.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진다”는 말은 작은 죄가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상적 이미지다. 고대 빵 반죽에서 누룩은 전체 반죽을 부풀게 하는 힘을 가진다. 바울은 이 이미지를 통해 교회가 죄의 영향력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공개적이고 회개 없는 죄는 공동체의 기준을 바꾸고, 거룩한 슬픔을 무디게 만든다.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는 권면은 유월절 배경을 가진다.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는 무교절에는 집안의 누룩을 제거하고 무교병을 먹었다. 이것은 단순한 음식 규칙이 아니라 구원받은 백성이 옛 삶에서 나와 하나님 앞에 새롭게 서는 상징이었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의 교회를 “새 덩어리”로 부르며, 이미 무교절 백성처럼 거룩한 정체성을 받은 자답게 살라고 권한다.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다”는 말은 고린도전서 5장의 신학적 중심이다. 바울의 윤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출발한다. 유월절 어린양의 피가 출애굽의 구원과 심판에서의 보호를 상징했듯이, 그리스도의 희생은 하나님의 백성을 새롭게 만든다. 그러므로 교회는 구원받기 위해 거룩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새 백성이 되었기 때문에 묵은 누룩을 버린다.
바울이 말하는 누룩은 “악과 악독”이고, 무교병은 “순전함과 진실함”이다. 순전함은 섞이지 않은 마음, 이중적이지 않은 신앙을 가리킨다. 진실함은 겉모양의 종교성이나 말뿐인 자유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드러난 삶이다. 고린도 교회는 은사와 지식으로 자신을 높였지만, 바울은 그리스도의 유월절 백성답게 실제 거룩과 진실을 나타내라고 부른다.
이 장에서 바울은 이전 편지에서 음행하는 자들과 사귀지 말라고 썼던 내용을 해명한다. 그는 세상 모든 음행하는 자, 탐하는 자, 속여 빼앗는 자, 우상 숭배자와 완전히 접촉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교회가 세상과 접촉하지 않는 폐쇄 집단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바울의 초점은 “형제라 일컬어지는 자”가 지속적으로 음행, 탐욕, 우상 숭배, 모욕, 술 취함, 속여 빼앗음을 행하는 경우다. 교회는 세상 사람을 재판하는 기관이 아니지만, 자기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을 고백하면서도 공개적으로 회개 없는 죄를 고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복음은 외부인을 향해서는 선교와 긍휼로 나아가고, 내부의 위선에는 거룩한 분별로 대응한다.
“그런 자와는 함께 먹지도 말라”는 말은 고대 식탁 교제의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 함께 먹는 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친교, 인정, 공동체 소속의 표시였다. 특히 주의 만찬을 중심으로 모인 교회에서 식탁은 그리스도 안의 한 몸을 드러내는 중요한 자리였다. 공개적 죄를 고집하는 사람과 아무 일도 없는 듯 식탁 교제를 지속하는 것은 공동체가 그 죄를 정상화하는 신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명령도 죄인을 혐오하거나 사회적으로 학대하라는 뜻이 아니다. 바울은 교회가 자기 경계를 분명히 하여, 그리스도의 이름과 공동체의 거룩을 지키고, 동시에 죄인이 자신의 상태를 깨닫도록 돕는 징계의 질서를 말한다. 참된 사랑은 죄를 덮어 두어 파괴가 커지게 하지 않는다. 사랑은 회개와 회복을 위해 때로 고통스러운 진실을 말한다.
바울은 “밖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심판하시려니와”라고 말한다. 교회는 세상의 모든 악을 최종 심판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 하나님께서 밖에 있는 사람들을 심판하신다. 그러나 “너희 중에서 그 악한 사람은 내쫓으라”는 신명기적 표현은 언약 공동체 안의 악을 제거하라는 구약의 반복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바울은 이방인 교회에도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적용한다.
고린도전서 5장은 현대 독자에게 조심스럽고도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교회는 죄를 다룰 때 율법주의와 방종이라는 두 극단에 빠지기 쉽다. 율법주의는 회개하는 사람을 정죄하고 회복을 막으며, 방종은 은혜라는 이름으로 죄를 방치한다. 바울의 길은 둘 다 아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근거로 거룩을 요구하고, 징계를 통해 마지막 날의 구원을 바라본다.
또한 이 장은 교회의 공적 증언을 생각하게 한다. 고린도 교회가 세상보다 더 낮은 윤리 기준을 보일 때, 복음의 능력은 조롱거리가 된다. 교회가 완전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교회는 용서받은 죄인들의 공동체다. 그러나 용서받은 공동체는 죄를 더 이상 자랑하거나 정상화하지 않고, 애통과 회개와 회복의 길을 배운다.
신약의 교회 징계는 권력 남용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바울의 명령은 사적인 불편함이나 지도자의 체면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개적이고 중대한 죄가 공동체 안에서 방치되는 상황을 겨냥한다. 따라서 오늘의 적용에서도 사실 확인, 공정한 절차, 목회적 돌봄, 약자 보호, 회개의 가능성, 공동체 전체의 거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고린도전서 5장을 배경과 함께 읽으면, 바울의 엄격함은 차가운 배제가 아니라 유월절 어린양이신 그리스도의 피로 세워진 공동체를 지키려는 복음적 열심임을 알 수 있다. 교회는 묵은 누룩을 품은 채 자신을 자랑할 수 없다.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기에, 새 백성은 순전함과 진실함의 무교병으로 절기를 지키듯 살아야 한다. 거룩은 복음의 부속물이 아니라, 십자가로 구원받은 공동체의 새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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