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13장 배경지식: 사랑의 길, 은사의 질서, 교회를 세우는 성령의 열매

고린도전서 13장은 흔히 결혼식에서 읽히는 아름다운 사랑의 시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문맥에서는 고린도 교회의 은사 경쟁을 바로잡는 매우 날카로운 교회론적 권면이다. 12장에서 바울은 다양한 은사가 한 성령에게서 오며 한 몸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14장에서는 방언과 예언이 예배 안에서 어떻게 질서 있게 사용되어야 하는지 다룬다. 그러므로 13장은 감상적인 중간 삽입이 아니라, 모든 은사를 평가하는 중심 기준으로서 사랑을 제시하는 본문이다.

고린도는 로마 식민도시로서 상업, 후원자 관계, 수사학, 사회적 명예 경쟁이 강했다. 사람들은 공개 연설 능력, 지식, 후원자의 지위, 종교적 체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려 했다. 교회 안에서도 말의 능력과 신령한 체험이 자랑거리가 되기 쉬웠다. 바울이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라고 말한 것은, 말 자체의 화려함보다 공동체를 세우는 사랑이 더 근본적임을 강조한 것이다.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라는 이미지는 고대 도시의 종교 의식과 축제에서 들을 수 있던 금속성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소리는 사람의 주의를 끌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생명을 주지는 못한다. 고린도 성도들이 방언이나 황홀한 발화를 영적 우월성의 표시로 여겼다면, 바울은 사랑 없는 발화가 아무리 놀라워 보여도 교회를 세우지 못하는 빈 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성령의 은사는 사람을 압도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섬김으로 드러나야 한다.

바울은 예언,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 산을 옮길 만한 믿음까지 언급한다. 이것들은 고린도 교회가 높이 평가했을 가능성이 큰 은사들이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선언은 충격적이다. 고대 세계에서 지식과 신비를 아는 사람은 특별한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바울에게 참된 영성은 더 많은 정보를 소유하거나 더 강한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지 않다. 지식과 믿음도 사랑 안에서 사용될 때만 복음의 목적에 맞는다.

바울은 심지어 재산을 나누어 주고 몸을 내어주는 희생까지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 가장 헌신적인 행동도 사랑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통찰이다. 고대 후원 문화에서는 관대한 선물이 때때로 명예를 얻고 의존 관계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교회 안에서도 섬김이 자기 이름을 세우는 방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 바울은 행위의 크기보다 그 행위를 움직이는 사랑의 성격을 묻는다. 십자가의 사랑을 닮지 않은 희생은 결국 자기 과시가 될 수 있다.

이어지는 사랑의 묘사는 추상적 감정 설명이 아니라 공동체 생활의 구체적 윤리다.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하다. 고린도전서 전체를 보면 이 교회는 파당, 소송, 성적 무질서, 주의 만찬의 차별, 은사 경쟁을 겪고 있었다. 그런 공동체에 필요한 사랑은 순간적 호감이 아니라 오래 견디며 형제를 세우는 인내다. 친절은 약한 지체를 무시하지 않고 실제로 돌보는 태도다. 바울은 사랑을 감정의 고양이 아니라 교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성령의 길로 제시한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다. 이 세 표현은 고린도 교회의 명예 경쟁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명예는 제한된 재화처럼 여겨졌고, 한 사람의 상승은 다른 사람의 하락으로 이해되기 쉬웠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는 은사가 서로를 위협하지 않는다. 다른 지체의 은혜를 기뻐하고, 자신의 은사를 자랑의 근거로 삼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공동체를 경쟁장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몸으로 만든다.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 고린도전서 11장에서 부유한 성도들이 먼저 음식을 먹고 가난한 성도들을 부끄럽게 한 문제를 떠올리면, 이 말은 매우 현실적이다. 무례함은 단순한 예절 부족이 아니라 형제의 존엄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다.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는 사랑은 자유를 포기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세운다. 바울의 사랑은 개인의 권리 주장을 절대화하지 않고, 십자가에 나타난 자기 낮춤으로 공동체의 유익을 찾는다.

사랑은 성내지 않고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바울은 교회 안의 관계 기억을 다룬다. 고린도 성도들은 서로를 고소하고, 자기 파를 내세우며, 다른 지체의 약점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랑은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지만, 형제를 향한 분노와 원한을 장부처럼 쌓아 두지도 않는다. 개혁주의 전통에서 성화는 개인의 내면 경건에만 머물지 않고 이웃 사랑 안에서 드러난다. 바울의 사랑 목록은 바로 그런 공동체적 성화를 보여 준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 이 문장은 사랑이 분별 없는 관용이 아님을 알려 준다. 고린도 교회에는 죄를 자랑하거나 잘못된 자유를 영적 성숙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랑은 상대를 기분 좋게 해 주기 위해 진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동시에 진리는 사람을 짓밟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바울에게 사랑과 진리는 분리되지 않는다. 십자가의 복음은 죄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죄인을 회복시키는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한다.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라는 표현은 무분별하게 학대나 악을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다. 문맥상 바울은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형제를 세우는 인내와 소망을 말한다. 사랑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가 사람과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바라본다. 그러나 5장과 6장에서 바울이 죄와 불의를 엄중히 다루었듯이, 사랑은 진리와 분별을 포함한다. 참된 사랑은 회복을 바라되 죄를 미화하지 않는다.

바울은 사랑이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한다”고 말하면서 예언, 방언, 지식의 한계를 제시한다. 은사들은 교회의 현재 여정에서 필요하지만 영원한 목적 자체는 아니다. 예언은 폐하고 방언은 그치고 지식도 폐한다. 이것은 은사가 무가치하다는 말이 아니라, 은사가 부분적이고 임시적인 기능을 가진다는 뜻이다. 교회는 아직 완성에 이르지 않았기에 말씀의 선포와 분별, 공동체를 세우는 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완성의 날에는 부분적인 수단이 그 목적을 다한다.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는 말은 바울의 종말론적 시야를 보여 준다. 고린도 성도들이 지식과 영적 체험을 완성처럼 여겼다면, 바울은 현재의 모든 앎이 부분적임을 상기시킨다. 신자는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새 시대를 맛보지만 아직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보는 완성에는 이르지 않았다. 이 “이미와 아직”의 긴장이 교회를 겸손하게 만든다. 은사는 현재의 필요를 섬기지만, 사랑은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성격을 미리 드러낸다.

아이와 어른의 비유도 같은 방향이다. 어릴 때에는 말하고 깨닫고 생각하는 방식이 제한적이지만, 장성한 사람이 되면 어린아이의 일을 버린다. 바울은 고린도 성도들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은사를 성숙의 표지로 오해하지 않도록 돕는다. 참된 성숙은 더 화려한 체험을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형제를 세우는 데 있다. 교회가 은사를 자기 확인의 도구로 사용할 때 어린아이 같은 경쟁에 머물지만, 사랑 안에서 사용할 때 장성한 몸으로 자라간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라는 표현은 고대 거울의 배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고린도는 청동 거울 제작으로도 알려졌고, 고대의 거울은 현대 유리거울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바울은 이 이미지를 사용해 현재 지식의 간접성과 불완전성을 설명한다. 지금 신자는 하나님을 참되게 알지만 완전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지식을 자랑할 수 없고, 오히려 완전한 앎을 기다리며 사랑으로 현재의 몸을 섬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믿음, 소망, 사랑이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믿음은 하나님을 신뢰하게 하고, 소망은 장차 올 완성을 바라보게 한다. 사랑은 그 믿음과 소망이 현재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사랑이 제일이라는 말은 믿음이나 소망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사랑이시며,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사랑의 절정이기 때문에, 사랑은 새 창조의 삶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고린도전서 13장은 오늘의 교회에도 은사와 지식, 사역과 헌신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설교와 찬양, 봉사와 리더십, 신학 지식과 영적 체험은 모두 귀한 선물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 없이 사용되면 사람을 살리는 복음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과시의 소리가 된다. 반대로 사랑은 은사를 약화시키지 않는다. 사랑은 은사를 제자리로 돌려 교회를 세우게 한다. 성령께서 주신 선물은 사랑의 길 안에서만 그리스도의 몸을 온전히 섬긴다.

결국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을 기독교적 낭만이나 일반 윤리의 미덕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사랑은 십자가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방식이며, 성령께서 교회 안에 빚으시는 새 시대의 삶이다. 고린도 교회의 문제는 은사가 많지 않아서가 아니라, 은사를 사랑 없이 사용하려 했다는 데 있었다. 바울은 교회가 더 큰 은사를 사모하되, 그 모든 것을 사랑의 길에 복종시키라고 부른다. 사랑은 은사의 목적을 밝히고, 부분적인 현재를 완성의 소망으로 이끌며,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답게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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