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3장 배경지식: 비밀의 계시, 이방인의 공동상속,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지혜

에베소서 3장은 2장에서 선포한 유대인과 이방인의 화해를 더 깊이 설명한다. 바울은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너희 이방인을 위하여 갇힌 자”라고 부른다. 로마 제국 세계에서 감옥과 재판은 수치와 위험의 표지였지만, 바울은 자기 갇힘을 실패가 아니라 이방인을 위한 복음 사역의 일부로 해석한다. 에베소 교회 같은 소아시아의 이방인 신자들은 바울의 투옥을 보고 낙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울은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감추셨던 비밀을 드러내셨고, 그 비밀이 교회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여기서 “비밀”은 현대식 추리소설의 숨겨진 단서나 소수만 아는 종교 암호가 아니다. 제2성전기 유대 문헌과 초기 기독교 문맥에서 비밀은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계시하시는 구원 계획을 뜻할 수 있다. 에베소 주변의 종교 세계에는 주술 문서, 신비 제의, 입문자에게만 주어지는 지식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바울이 말하는 비밀은 폐쇄적 신비 지식이 아니라, 사도들과 선지자들에게 성령으로 드러난 공개적 복음이다. 복음은 사람을 불안한 비밀 지식에 묶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밝히 보여 준다.

바울은 이 비밀을 “계시로 내게 알게 하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사도직을 개인적 명예나 인간 학파의 자격증으로 세우지 않는다. 다메섹 길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사건과 이방인을 향한 부르심이 그의 사역의 기초다. 사도행전과 갈라디아서가 보여 주듯 바울의 이방 선교는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맡기신 소명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므로 에베소서 3장에서 바울의 권위는 고난을 피한 권위가 아니라, 계시와 은혜를 받은 종의 권위다.

비밀의 핵심은 이방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상속자가 되고, 함께 몸의 지체가 되며, 함께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울은 “함께”라는 의미를 지닌 표현을 반복해 이방인의 지위를 강조한다. 이방인은 언약 공동체의 바깥 손님이나 낮은 등급의 동맹자가 아니다.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 신자들과 함께 하나님의 기업을 받는 공동상속자다. 이는 2장에서 말한 “동일한 시민”과 “하나님의 권속”이라는 표현을 더 분명하게 펼친다.

고대 유대 사회에서 혈통, 할례, 음식 규례, 성전 접근은 언약 백성의 경계를 형성했다. 이 경계는 이스라엘이 이방 제국 속에서 정체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방식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방인이 하나님 백성 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은 단순한 선교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방인이 율법의 분리 장벽 밖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복음으로 약속의 참여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구약의 아브라함 약속,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뜻,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함께 읽게 만든다.

바울은 자신이 이 복음의 일꾼이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라고 낮춘다. 이 표현은 단순한 수사적 겸손만이 아니다. 바울은 이전에 교회를 박해했던 자신의 과거를 기억했고, 그래서 이방인에게 그리스도의 “측량할 수 없는 풍성함”을 전하는 사명을 더욱 은혜로 여겼다. 개혁파와 복음주의 해석 전통은 이 부분에서 사역의 근거가 인간의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은 에베소의 경제·종교 환경과 대비된다. 에베소는 상업과 항구, 아르테미스 신전, 장인 조합으로 부와 명성을 누린 도시였다. 사람들은 도시의 종교적 후원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안전과 지위를 얻으려 했다.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의 풍성함이 어떤 도시의 재산이나 신전의 위엄보다 깊다고 말한다. 이 풍성함은 죄 사함, 하나님께 나아감, 새 공동체, 성령의 임재, 장차 받을 기업을 포함한다.

바울은 자신의 사역이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경륜은 하나님이 역사를 다스리시는 계획과 관리의 언어다. 복음은 갑작스러운 임시방편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오래된 목적이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사건이다. 이 관점은 교회를 단순한 종교 단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 계획 안에 놓인 공동체로 보게 한다. 교회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이 역사 가운데 무엇을 이루고 계신지를 보여 주는 표지가 된다.

특히 10절은 에베소서 3장의 중요한 절정이다. 하나님은 이제 교회로 말미암아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 하신다. 에베소서에서 통치자들과 권세들은 보이지 않는 영적 세력과 우주적 권세를 포함한다. 에베소 사람들은 영적 권세와 주술적 힘을 두려워하는 세계관 속에 살았다. 바울은 그런 권세들 앞에서 교회가 작고 약해 보일지라도, 유대인과 이방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교회가 하나님의 지혜를 드러내는 무대라고 말한다.

“각종 지혜”라는 표현은 다양하고 풍성한 하나님의 지혜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님은 단일한 민족이나 한 지역 신전의 울타리 안에 갇힌 분이 아니다. 그분은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자유인과 종, 다양한 도시와 언어의 사람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으로 모으신다. 이 다채로운 연합은 세상의 권력 방식과 다르다. 제국은 군사력과 법, 세금과 시민권으로 질서를 만들지만, 하나님은 십자가와 성령 안에서 화해한 공동체를 세워 자신의 지혜를 나타내신다.

바울은 이 일이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교회의 다민족적 연합은 우연한 선교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과 연결된다. 에베소서 1장에서 말한 만물 통일의 경륜이 2장에서는 유대인과 이방인의 화해로 나타났고, 3장에서는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지혜로 설명된다. 이 구조를 보면 에베소서의 교회론은 매우 크고 깊다. 교회는 단지 개인 신앙을 돕는 모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통치와 하나님의 계획을 드러내는 공동체다.

바울은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담대함과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성전 중심 세계에서 하나님께 나아간다는 말은 제사, 정결, 제사장, 공간적 경계와 연결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은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간다. 이 접근권은 오만한 자기 확신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신실하심과 복음의 은혜에 근거한 담대함이다. 이 때문에 바울은 자신의 환난이 이방인 신자들의 영광이라고 말하며 낙심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3장 후반부에서 바울은 다시 기도로 돌아간다. 그는 “이러므로 내가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빈다”고 말한다. 유대 전통에서 기도는 서서 드리는 경우가 흔했지만, 무릎 꿇음은 간절함과 경외를 드러내는 자세로도 사용되었다. 바울은 제국의 권세나 감옥의 위협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모든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앞에 무릎 꿇는다. 이는 교회의 참 권위와 소속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여 준다.

바울의 기도는 성도들이 성령으로 속사람이 능력으로 강건하게 되는 데서 시작한다. 에베소 신자들은 외적으로는 사회적 압력과 영적 두려움, 공동체 갈등을 경험했을 수 있다. 바울은 먼저 환경의 즉각적 제거보다 내적 강건함을 구한다. 이 강건함은 자기계발식 의지력이 아니라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능력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지혜를 드러내려면 외적 조직만이 아니라 속사람의 깊은 변화가 필요하다.

이어 바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그들의 마음에 거하시기를 구한다. 이미 신자 안에 성령이 계시지만, 바울은 그리스도의 임재가 공동체의 중심을 실제로 지배하고 형성하기를 기도한다. “사랑 가운데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라는 표현은 식물과 건축 이미지를 함께 사용한다. 교회는 사랑이라는 토양과 기초 위에서 자라야 한다. 에베소서 2장의 성전 이미지와 연결하면,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로 지어져 가는 공동체는 사랑으로 세워지는 공동체다.

바울은 성도들이 모든 성도와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깨닫기를 구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개인이 혼자 명상해서 전부 파악할 수 있는 작은 감정이 아니다. “모든 성도와 함께”라는 말은 공동체적 이해를 강조한다.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서로 다른 배경의 신자들이 함께 그 사랑을 알아 간다. 그 사랑은 지식을 초월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이 성도들에게 실제로 깨닫게 하시는 사랑이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하나님이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분이라고 찬양한다. 이 찬양은 막연한 번영 약속이 아니라 앞선 문맥과 연결된다. 하나님은 감옥에 갇힌 사도의 사역을 통해 이방인을 공동상속자로 부르시고, 약해 보이는 교회를 통해 하늘의 권세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알리신다. 그러므로 교회는 자기 능력의 크기가 아니라 하나님이 교회 가운데 역사하시는 능력을 바라본다.

에베소서 3장을 배경과 함께 읽으면, 교회는 복음의 비밀이 드러난 자리이며 하나님 지혜의 살아 있는 표지다. 이방인은 그리스도 안에서 낮은 손님이 아니라 공동상속자이고, 바울의 갇힘은 복음 실패의 표시가 아니라 은혜의 사역을 드러내는 통로다. 교회는 권세들을 두려워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사랑 가운데 뿌리내리고 성령으로 강건해져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공동체로 부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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