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로새서 3장 배경지식: 위의 것을 찾는 새 사람 공동체와 로마 가정 윤리의 재해석
골로새서 3장은 앞 장의 논쟁적 경고를 실제 공동체 윤리로 이어 간다. 바울은 “위의 것을 찾으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이것은 세상 현실을 떠나 추상적인 하늘만 바라보라는 뜻이 아니다. 골로새 성도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므로, 그들의 정체성과 생활 방식이 로마 아시아의 명예 경쟁, 가정 질서, 욕망의 문화, 혼합 신앙의 불안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위의 것은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계신 통치의 자리이며, 성도의 삶은 그 통치 아래에서 새롭게 정렬된다.
바울은 성도들의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고대 세계에서 사람의 신분은 도시 시민권, 가문, 후원자, 경제적 지위, 종교적 소속을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바울은 교회의 가장 깊은 신분이 현재의 사회적 표지보다 더 깊은 곳, 곧 그리스도 안에 감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이 감추어짐은 불확실성이 아니라 보증이다.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성도들도 영광 중에 함께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말론적 정체성은 몸과 욕망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 바울은 음행, 부정, 사욕, 악한 정욕, 탐심을 땅에 있는 지체로 죽이라고 말한다. 로마 세계의 도시 생활에는 성적 방종, 사회적 향락, 후원 관계 안의 착취, 우상 숭배와 연결된 잔치 문화가 함께 존재했다. 탐심을 우상 숭배라고 부르는 것은 욕망이 단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예배 대상을 드러내는 문제임을 보여 준다. 새 사람의 윤리는 몸을 경멸하는 금욕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속한 몸을 하나님께 맞게 사용하는 거룩이다.
바울은 또한 분함, 노여움, 악의, 비방, 부끄러운 말과 거짓말을 벗어 버리라고 말한다. 여기서 죄의 목록은 개인 도덕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말과 관계의 습관을 포함한다. 고대 명예 문화에서는 모욕과 반격, 공개적 수치 주기가 사회적 힘의 도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의 교회는 그런 언어의 질서를 그대로 반복할 수 없다.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었다는 이미지는 세례와 의복의 상징을 떠올리게 하며, 정체성의 변화가 실제 말과 관계의 변화로 나타나야 함을 강조한다.
새 사람은 “자기를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지식에까지 새롭게 하심을 입는” 존재다. 이 표현은 창세기의 하나님의 형상과 새 창조 신학을 배경으로 한다. 죄는 인간의 형상을 왜곡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들은 참 형상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새롭게 된다. 골로새의 거짓 가르침이 특별한 지식이나 천상 체험을 약속했다면, 바울은 참된 지식이 새 창조의 회복과 거룩한 공동체 형성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복음의 지식은 엘리트적 비밀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삶이다.
11절은 골로새서 3장의 사회적 폭발력을 잘 보여 준다.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할례파나 무할례파나, 야만인이나 스구디아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차별이 있을 수 없나니 오직 그리스도는 만유시요 만유 안에 계시니라.” 로마 제국은 민족, 언어, 시민권, 노예 신분, 문화적 세련됨에 따라 사람들을 구분했다. 스구디아인은 야만성의 극단적 예로 여겨질 수 있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궁극적 정체성은 사회적 등급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속한 새 사람이다.
그렇다고 바울이 모든 사회적 차이가 즉시 사라진 이상향을 단순히 선언한 것은 아니다. 그는 현실의 가정과 노동 관계 안에 있는 성도들에게 구체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먼저 교회를 하나님의 택하신 거룩하고 사랑받는 사람들로 부른다. 긍휼, 자비, 겸손, 온유, 오래 참음은 로마의 자기 과시적 명예 윤리와 다른 공동체의 덕이다. 특히 겸손과 온유는 고대 남성 명예 문화에서 약함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는 하나님의 백성을 세우는 복음의 성품이 된다.
용서에 대한 권면도 중요하다. 바울은 누가 누구에게 불만이 있거든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서로 용서하라고 말한다. 고대 사회에서 모욕을 당하면 보복하거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그러나 교회의 용서는 주님의 용서를 기준으로 한다. 이것은 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받은 은혜가 공동체 관계를 새롭게 지배한다는 뜻이다. 사랑은 이 모든 덕을 온전하게 묶는 띠로 제시된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는 말은 개인 감정의 안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여기서 주장하다는 표현은 심판자나 경기의 판정자가 결정을 내리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 교회는 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았으므로, 갈등과 판단의 순간에 그리스도의 평강이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감사하라는 반복된 권면도 우연이 아니다. 감사는 은혜를 기억하게 하고, 자기 중심적 권리 주장과 불평의 언어를 복음의 언어로 바꾸게 한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말씀이 풍성히 거하게 하라고 말하며,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로 서로 가르치고 권면하라고 한다. 초기 기독교 예배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말씀과 교리, 권면과 감사가 함께 작동하는 공동체적 형성의 자리였다. 골로새 교회가 혼합 신앙과 영적 지식 경쟁의 압력을 받았다면, 교회 안에 풍성히 거해야 할 것은 불안한 추측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예배의 노래와 감사는 성도의 상상력과 생활 습관을 복음으로 재교육한다.
17절은 장 전체의 원리를 압축한다.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고대 세계에서 이름은 권위와 대표성을 담고 있었다. 성도는 종교적 시간에만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말과 일 전체를 주 예수의 권위 아래 행하는 사람이다. 이 원리는 뒤이어 나오는 가정 윤리 단락을 지배한다. 가정과 노동의 현실도 복음과 분리된 사적 영역이 아니다.
아내와 남편, 자녀와 부모, 종과 상전에 대한 권면은 당시 그리스-로마 가정 규범을 배경으로 읽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가정 질서 논의는 남성 가장의 통치와 집안의 질서를 사회 안정의 기초로 보았다. 바울은 그 형식을 사용하지만, 내용을 그리스도 안에서 재배치한다. 아내의 복종은 “주 안에서 마땅한” 방식으로 제한되고, 남편에게는 사랑하고 괴롭게 하지 말라는 명령이 주어진다. 이것은 남편의 권리를 강화하는 말이 아니라, 그 권위가 그리스도의 사랑 아래 심판받는다는 뜻이다.
자녀에게는 부모에게 순종하라고 하지만, 아버지들에게는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고 한다. 로마 가부장권은 자녀에 대한 강한 권한을 인정했지만, 바울은 아버지의 권한도 주님의 기준 아래 놓는다. 자녀를 낙심하게 하는 방식의 통제는 복음적 양육이 아니다. 교회 안의 가정은 단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작은 제국이 아니라, 주께 속한 관계가 훈련되는 자리다.
종과 상전에 대한 권면은 현대 독자에게 가장 조심스럽게 읽혀야 한다. 바울은 로마 제국의 노예 제도를 직접 제도적으로 폐지하는 법령을 내리지 않지만, 그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 종들에게 사람을 기쁘게 하는 눈가림이 아니라 주를 두려워함으로 성실히 일하라고 말한다. 동시에 그들의 궁극적 상급이 주께 있음을 밝힌다. 이것은 종의 인간성을 주인 소유물로 축소하던 로마 질서를 상대화한다. 종도 주 그리스도를 섬기는 인격적 책임과 소망을 가진 사람이다.
바울은 불의를 행하는 자는 불의의 보응을 받으며 주께는 외모로 사람을 취하심이 없다고 덧붙인다. 이 말은 종들만을 향한 경고가 아니라, 이어지는 4장 1절의 상전 권면과 연결되어 모든 권력 관계를 하나님의 심판 아래 둔다. 로마 사회에서 신분과 후원 관계는 법정과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주님 앞에서는 그런 외적 지위가 최종 기준이 되지 않는다. 골로새서 3장의 가정 윤리는 기존 질서를 무비판적으로 신성화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모든 관계를 다시 평가하게 만든다.
오늘의 독자에게 골로새서 3장은 영성을 현실에서 분리하지 않는 장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난 사람은 위의 것을 찾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몸의 욕망, 말의 습관, 공동체의 용서, 예배의 형성, 가정과 일터의 관계를 새롭게 살아야 한다. 새 사람은 개인의 내면 변화에 머물지 않고, 민족과 신분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그리스도 안의 한 몸을 드러낸다. 골로새 교회가 혼합 신앙의 불안 속에서 그리스도의 충만을 붙들어야 했다면, 오늘의 교회도 예수의 이름 아래 말과 일과 관계 전체를 다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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