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2장 배경지식: 큰 구원과 고난으로 온전하게 되신 대제사장
히브리서 2장은 1장에서 선포한 아들의 우월성을 실제 신앙의 경고와 위로로 연결한다. 저자는 예수가 천사보다 뛰어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한 뒤, “그러므로” 우리가 들은 것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고 권면한다. 이 장은 두 방향을 함께 붙든다. 한편으로는 아들 안에서 주어진 구원을 소홀히 여기면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엄중한 경고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아들이 잠시 천사보다 낮아져 피와 살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시고 죽음을 맛보심으로 많은 아들들을 영광에 이르게 하신다는 깊은 위로가 있다. 히브리서 2장을 배경지식으로 읽으면, 제2성전기 유대교의 천사와 율법 이해, 시편 8편의 인간론, 고대 가족과 형제됨의 언어, 죽음의 두려움과 종살이의 현실, 그리고 예수의 성육신과 대제사장 사역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선명해진다.
1절의 “들은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아들 안에서 주어진 하나님의 최종 계시다.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항해자가 항로를 놓치거나 배가 표류하는 이미지는 위험한 방심을 떠올리게 했다. 히브리서의 “흘러 떠내려가지 않도록”이라는 표현도 믿음의 삶이 갑자기 한순간에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들은 말씀을 붙들지 않을 때 조금씩 방향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노골적으로 예수를 부정했다고 단정하기보다, 피로감과 압박 속에서 복음의 중요성을 느슨하게 여길 위험을 다룬다.
2절에서 “천사들을 통하여 하신 말씀”은 율법 수여와 천사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구약 자체는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셨다고 강조하지만, 제2성전기 유대교와 신약 일부 전승은 율법이 천사들의 중재와 관련되었다고 말한다. 사도행전 7장과 갈라디아서 3장도 이런 전통을 반영한다. 히브리서 저자는 천사 중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사들을 통해 전해진 말도 견고했고 불순종에 보응이 있었다면, 아들을 통해 주어진 구원을 무시하는 것은 더 중대한 문제라고 논증한다.
3절의 “이같이 큰 구원”은 히브리서 전체의 중심 표현 가운데 하나다. 이 구원은 단순히 개인의 내면 평안만을 뜻하지 않는다. 죄의 정결, 하나님께 나아감, 죽음의 두려움에서의 해방, 새 언약의 백성이 되는 것, 장차 올 영광의 상속을 포함한다. 이 구원은 처음에 주께서 말씀하셨고, 그 말씀을 들은 이들이 독자들에게 확증했다. 히브리서가 사도들의 직접 증언을 존중하면서도 그 증언의 근원을 주 예수에게 두는 방식이다.
4절은 하나님이 표적과 기사와 여러 능력, 성령의 나누어 주신 것으로 이 증언에 함께하셨다고 말한다. 초대 교회에서 기적은 복음의 중심 내용이 아니라, 하나님이 예수의 사역과 사도적 증언을 확증하시는 표지였다. 성령의 은사는 공동체가 새 언약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히브리서는 신비한 체험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체험이 가리키는 복음의 권위를 보게 한다. 하나님이 친히 증언하신 구원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뜻이다.
5절부터는 “장차 올 세상”이 천사들에게 복종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서 장차 올 세상은 단순한 천국 공간만이 아니라 메시아의 통치 아래 새롭게 될 창조 질서와 구원의 완성을 가리킨다. 유대 묵시 전통에서 천사들은 세계의 질서와 민족들, 하늘 예배와 심판에 관여하는 존귀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히브리서는 장차 올 세계의 통치가 천사에게 맡겨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본래 사람에게 주신 창조의 소명과 그 소명을 완성하시는 그리스도에게 연결된다고 본다.
6절부터 8절은 시편 8편을 인용한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라는 고백은 창조주 앞에서 인간의 작음과 존귀를 함께 말한다. 창세기 1장의 배경을 생각하면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어 땅을 다스리는 소명을 받았다. 시편 8편은 이 창조 소명을 찬양한다. 그러나 히브리서는 현실에서 “만물이 아직 그에게 복종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존귀하게 지음 받았지만 죄와 죽음, 혼돈과 고난 아래에서 그 소명을 온전히 이루지 못하고 있다.
9절은 이 긴장을 예수에게서 풀어낸다. 우리는 아직 만물이 사람에게 복종한 것을 보지 못하지만, “예수를 보니” 그가 죽음의 고난을 받기 위해 잠시 천사보다 낮아지셨고, 이제 영광과 존귀로 관을 쓰셨다. 히브리서는 시편 8편의 참 인간상을 예수 안에서 본다. 예수는 인간의 실패한 소명을 대신 성취하시는 참 사람이며, 동시에 죽음을 통과하여 영광에 이르신 아들이다. 성육신은 아들의 낮아짐이지만, 그 낮아짐은 인간을 원래의 영광으로 이끄는 구원의 길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맛보려 하심이라”는 표현은 히브리서의 대속적 죽음 이해를 보여 준다. 고대 세계에서 죽음은 단순한 생물학적 끝이 아니라 수치, 심판, 공동체 단절, 악한 권세의 위협과 연결되었다. 예수는 죽음을 멀리서 설명만 하지 않고 실제로 맛보셨다. “맛보다”라는 말은 죽음의 현실을 온전히 경험하셨다는 뜻이다. 그분은 죽음에 삼켜진 희생자가 아니라, 죽음을 통과해 하나님 백성의 길을 여신 대표자다.
10절의 “구원의 창시자”는 길을 여는 선도자, 대표자, 개척자라는 뜻을 가진다. 하나님은 많은 아들들을 영광에 이르게 하시려고 그들의 구원의 창시자를 고난을 통해 온전하게 하셨다. 여기서 “온전하게”는 예수가 도덕적으로 부족했다는 뜻이 아니다. 히브리서에서 온전하게 됨은 사명을 완수하고 제사장적 직분에 적합하게 세워지는 것을 뜻한다. 예수는 실제 고난과 순종의 길을 통과하심으로 고난받는 백성을 대표하고 도울 수 있는 대제사장이 되셨다.
11절에서 거룩하게 하시는 이와 거룩하게 함을 입은 이들이 모두 한 근원에서 났다고 말한다. 히브리서의 거룩함은 성전 배경과 깊이 연결된다. 부정한 사람은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없었고, 제사와 정결 의식은 하나님 앞에 서기 위한 준비였다. 그러나 히브리서는 예수가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는 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밖에서 명령만 내리는 왕이 아니라, 백성과 같은 인간 가족 안으로 들어와 그들을 형제라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이다.
12절은 시편 22편을 인용한다. 시편 22편은 고난받는 의인의 탄식으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서는 회중 가운데 하나님의 이름을 선포하고 찬송하는 장면으로 나아간다. 신약은 이 시편을 예수의 고난과 부활의 빛에서 읽었다. 히브리서는 예수가 고난받은 뒤 “형제들” 가운데서 하나님을 찬송한다고 말한다. 이는 부활하신 예수가 자기 백성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예배 한가운데 서서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시는 맏형과 같은 분임을 보여 준다.
13절의 이사야 인용들은 신뢰와 자녀의 이미지를 더한다. “내가 그를 의지하리라”는 말은 예수가 참 사람으로 하나님을 신뢰하신 삶을 보여 주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자녀”라는 말은 예수와 그의 백성이 하나의 가족으로 묶였음을 드러낸다. 고대 가족 관계에서 형제와 자녀는 보호, 상속, 이름, 책임을 함께 나누는 관계였다. 히브리서는 구원을 법정적 선언으로만 말하지 않고, 하나님이 아들 안에서 많은 자녀를 영광으로 이끄시는 가족적 구원으로 묘사한다.
14절은 성육신의 필요성을 매우 직접적으로 말한다. 자녀들이 피와 살에 속했으므로 예수도 같은 모양으로 피와 살에 함께하셨다. 헬라 사상 일부에서는 물질과 몸을 낮게 보거나 영적 구원을 육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히브리서는 구원이 몸을 우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들은 실제 인간이 되셨고, 실제 죽음을 당하셨다. 그래야 죽음을 통해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를 멸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마귀가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라고 불리는 것은 죽음 자체가 하나님과 독립된 악한 신이라는 뜻이 아니다. 성경에서 죽음은 죄의 결과이며, 사탄은 죄와 참소와 두려움을 통해 사람을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원수로 묘사된다. 예수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그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는 사건이다. 십자가는 겉으로는 패배와 수치였지만, 히브리서의 관점에서는 마귀의 무기를 빼앗고 백성을 해방하는 승리의 길이었다.
15절은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한평생 매여 종노릇하는 사람들을 해방한다고 말한다. 고대 사회에서 죽음의 두려움은 질병, 전쟁, 박해, 가족의 상실, 명예의 붕괴와 맞닿아 있었다. 오늘도 죽음의 공포는 인간을 여러 방식으로 묶는다. 히브리서는 예수가 죽음을 없었던 일로 만든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분이 죽음을 통과하셨기 때문에, 죽음이 더 이상 하나님의 자녀를 최종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신자는 죽음을 두려움의 절대 권세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이미 지나가신 길로 보게 된다.
16절은 예수가 천사들을 붙들어 주려 하신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자손을 붙들어 주려 하셨다고 말한다. “아브라함의 자손”은 혈통만이 아니라 약속을 믿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떠올리게 한다. 히브리서는 천사의 세계를 낮추지 않지만, 구원의 초점이 인간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아들은 천사를 구원하기 위해 천사가 되신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복을 이루기 위해 사람의 몸을 입고 언약 백성의 형제가 되셨다.
17절은 예수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다”고 말한다. 이는 히브리서의 성육신 신학을 매우 강하게 드러낸다. 예수는 겉모습만 인간이 된 것이 아니며, 인간의 고난과 시험, 죽음의 현실에 실제로 들어오셨다. 그래야 그는 하나님 일에 자비하고 신실한 대제사장이 되어 백성의 죄를 속량하실 수 있다. 대제사장은 백성을 대표해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사람이다. 예수가 참 사람이 아니면 우리를 대표할 수 없고, 참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면 우리를 하나님께 온전히 인도할 수 없다.
“자비하고 신실한 대제사장”이라는 표현은 이후 히브리서가 전개할 핵심 주제다. 자비는 고난받는 백성을 향한 긍휼이고, 신실함은 하나님 앞에서 맡은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는 충성이다. 구약의 제사장은 반복적으로 제사를 드렸지만, 히브리서는 예수가 자기 자신을 드려 죄를 속량하신다고 말한다. 2장은 아직 그 논증을 길게 펼치지 않지만, 성육신과 고난이 대제사장 사역의 토대라는 점을 미리 세운다.
18절은 예수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기 때문에 시험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실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도움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 제사장적 구조를 가진다. 예수는 인간의 약함을 모르는 먼 하늘의 존재가 아니다. 그는 배고픔, 피로, 거절, 수치, 고통, 유혹, 죽음의 공포를 아는 분이다. 그러므로 신자가 시험 가운데 있을 때 예수의 도움은 동정심 없는 판결이 아니라, 고난을 통과한 대제사장의 능력 있는 긍휼이다.
히브리서 2장의 배경지식은 예수의 높으심과 낮아지심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1장에서 아들은 천사보다 뛰어나고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신 왕으로 선포되었다. 2장에서는 바로 그 아들이 피와 살을 함께하시고 잠시 천사보다 낮아져 죽음을 맛보셨다고 말한다. 초대 교회 신앙에서 예수의 영광은 고난을 지운 영광이 아니라 고난을 통해 많은 자녀를 영광으로 이끄는 영광이다. 그래서 성도는 큰 구원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자신의 약함 때문에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히브리서 2장은 복음의 경고와 위로를 한 장 안에 함께 담는다. 하나님이 아들 안에서 말씀하셨다면 우리는 그 말씀을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 아들은 멀리서 명령만 내리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피와 살을 취하시고, 죽음을 맛보시고, 죽음의 두려움에 매인 자들을 해방하시며, 시험받는 형제들을 돕는 자비하고 신실한 대제사장이다. 이 배경을 알면 히브리서의 권면은 차가운 압박이 아니라 더 큰 구원으로 초대하는 목자의 음성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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