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8장 배경지식: 고린도 사역과 브리스길라·아굴라, 갈리오 앞의 복음 증언

사도행전 18장은 아덴에서의 철학적 논쟁 이후 바울이 고린도에 머물며 비교적 긴 기간 복음을 전한 장면을 다룬다. 앞 장이 데살로니가와 베뢰아와 아덴을 빠르게 지나갔다면, 이 장은 고린도라는 도시 안에서 일과 생계, 회당 선교, 가정 사역, 로마 법정, 항해와 서원, 그리고 아볼로의 교육까지 폭넓은 배경을 보여 준다. 누가는 복음이 도시의 시장과 회당, 작업장과 법정, 가정과 항구를 통과하며 어떻게 실제 공동체를 세우는지 보여 준다.

고린도는 아가야 지방의 중요한 로마 식민 도시였고, 펠로폰네소스와 그리스 본토를 잇는 지협에 자리했다. 동쪽 겐그레아 항구와 서쪽 레카이온 항구를 통해 상업과 여행, 군사 이동이 활발했다. 기원전 146년 로마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율리우스 카이사르 때 식민 도시로 재건된 고린도는 로마적 행정과 헬라적 문화,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뒤섞인 곳이었다. 이런 도시는 복음 전파의 전략적 거점이었지만, 동시에 명예 경쟁과 후원 관계, 경제적 불평등과 성적 방종의 유혹이 강한 환경이기도 했다.

바울은 고린도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를 만난다. 이들은 본도 출신 유대인으로, 글라우디오 황제가 유대인들을 로마에서 떠나게 한 조치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로 소개된다. 로마의 추방 명령은 유대 공동체 내부의 소요나 “그리스도”와 관련된 논쟁을 배경으로 설명되곤 하지만, 세부 정황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제국의 정치 명령이 한 가정을 이동하게 했고, 하나님은 그 흩어짐 속에서 바울과 만나는 선교적 연결을 이루셨다는 점이다.

바울이 그들과 함께 머문 이유는 직업이 같았기 때문이다. 본문은 그들이 천막 만드는 일을 했다고 말한다. 이는 가죽이나 천을 다루는 장인 노동을 가리킬 수 있고, 고대 도시에서 여행자와 군대, 상인에게 필요한 물품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바울의 노동은 복음 사역과 생계가 분리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는 후원을 받을 권리가 있었지만, 때로는 오해를 줄이고 공동체에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 손으로 일했다. 고린도전서와 데살로니가전후서의 증언도 이런 사도적 자기 절제와 맞닿아 있다.

바울은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유대인과 헬라인을 권면한다. 회당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예배와 교육 공간이었고, 동시에 이방인 경건자들이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성경을 접하는 장소였다. 실라와 디모데가 마게도냐에서 내려오자 바울은 말씀에 붙잡혀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증언한다. 동역자들의 도착은 단순한 인원 보충이 아니라, 마게도냐 교회들의 소식과 지원, 선교팀의 재결합을 통해 고린도 사역이 더 집중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반대가 거세지자 바울은 옷을 털며 “너희 피가 너희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 나는 깨끗하니 이 후에는 이방인에게로 가리라”고 말한다. 옷을 터는 행위는 책임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것은 유대인 선교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뜻이라기보다, 특정 회당의 거부 앞에서 다음 사역 방향이 이방인에게 열리는 장면이다. 사도행전은 반복해서 유대인에게 먼저, 그리고 이방인에게로 향하는 복음의 흐름을 보여 준다.

바울은 회당 옆에 있는 디도 유스도라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의 집으로 옮긴다. 회당 바로 옆의 집이라는 위치는 긴장을 높였을 것이다. 회당장 그리스보와 그의 온 집이 주를 믿었다는 말은 더욱 중요하다. 회당의 대표적 인물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단순한 개인 개종을 넘어 지역 유대 공동체와 이방인 경건자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또한 “온 집”의 믿음은 고대 가정이 신앙과 교육, 후원과 모임의 중심 단위였음을 보여 준다.

고린도 사람들도 듣고 믿어 세례를 받는다. 고린도전서의 배경을 생각하면, 이 공동체에는 유대인과 이방인, 비교적 부유한 사람과 낮은 지위의 사람, 도시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함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복음은 사회적 계층을 지우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실제 식탁과 예배와 윤리 속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주님 안에 모이게 하는 힘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고린도 교회는 은혜의 풍성함과 함께 갈등의 문제도 많이 안게 된다.

밤에 주께서 환상 가운데 바울에게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고 말씀하신다. 바울은 담대한 사도였지만 두려움과 압박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린도의 반대와 도시 환경은 그에게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주님은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라고 약속하시고, “이 성 중에 내 백성이 많다”고 말씀하신다. 아직 믿지 않은 사람들까지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시는 이 표현은 선교의 확신이 인간의 가능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부르심에 근거함을 보여 준다.

바울은 고린도에서 일 년 육 개월을 머물며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친다. 이는 사도행전에서 비교적 긴 체류 기간이다. 복음 전파는 빠른 이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시 교회가 세워지려면 말씀 교육, 관계 형성, 지도자 세움, 윤리적 변화가 필요했다. 고린도 같은 복잡한 도시에서 긴 가르침은 신자들이 로마 식민 도시의 가치관을 넘어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가도록 훈련하는 과정이었다.

갈리오가 아가야 총독이 되었을 때 유대인들이 바울을 법정으로 끌고 간다. 갈리오는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형으로 알려져 있고, 델포이 비문은 그의 재임 시기를 추정하는 중요한 역사 자료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사도행전 18장은 바울 연대기 연구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누가가 로마 행정의 이름과 지위를 언급하는 방식은 복음 이야기가 추상적 신화가 아니라 실제 제국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진행되었음을 보여 준다.

고발 내용은 바울이 율법을 어기면서 하나님을 경외하라고 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갈리오는 이것을 로마 법률상 범죄나 악행으로 보지 않고, 유대인의 말과 이름과 율법에 관한 내부 문제로 판단한다. 이 결정은 바울에게 일정한 법적 보호 효과를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로마 관원이 기독교 선포를 불법 정치 운동으로 판정하지 않은 장면은 사도행전 전체의 변증적 흐름과도 연결된다. 복음은 제국을 전복하는 폭동이 아니지만, 예수의 주권을 선포함으로 제국보다 깊은 차원의 왕권을 말한다.

법정에서 소스데네가 잡혀 맞는 장면은 해석이 쉽지 않다. 그는 회당장으로 불리며, 고린도전서 1장에 나오는 소스데네와 같은 인물인지 확정할 수는 없다. 누가는 갈리오가 이런 일에 상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짧은 장면은 도시의 군중 폭력과 회당 내부 긴장, 로마 행정의 무관심이 뒤섞인 현실을 보여 준다. 복음 사역은 종종 종교 논쟁과 사회적 소요, 행정적 판단이 얽힌 복잡한 장에서 이루어진다.

바울은 여러 날 더 머문 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와 함께 수리아로 떠난다.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았다는 말은 어떤 서원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정확히 나실인 서원인지, 감사나 헌신의 개인적 서원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바울이 복음의 자유를 말하면서도 유대적 경건 관습을 무조건 폐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구원을 율법 행위에 두지 않았지만, 자신의 민족과 전통 안에서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행하려 했다.

겐그레아는 고린도의 동쪽 항구였고, 훗날 로마서 16장에서 뵈뵈가 섬긴 교회의 지역으로도 알려진다. 항구 도시는 사람과 소식, 물품과 사상이 빠르게 오가는 곳이었다. 바울이 겐그레아에서 배를 타는 장면은 복음이 해상 교통망을 따라 이동했음을 보여 준다. 로마 제국의 도로와 항로는 제국의 통제를 위한 수단이었지만, 하나님은 그 길을 복음의 통로로도 사용하셨다.

바울은 에베소에 들러 회당에서 변론하지만 오래 머물러 달라는 요청을 뒤로하고 하나님의 뜻이면 돌아오겠다고 말한다. 에베소는 소아시아의 거대한 도시였고 아데미 숭배와 상업, 행정의 중심지였다. 사도행전 19장에서 에베소 사역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에, 18장은 그 문을 잠깐 열어 둔다. 바울은 모든 열린 문을 즉시 붙잡지 않고, 하나님의 뜻과 선교 일정 속에서 움직인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에베소에 남는다. 흥미롭게도 누가는 여러 차례 브리스길라의 이름을 아굴라보다 먼저 언급한다. 이것이 그녀의 사회적 지위, 사역 역량, 혹은 누가의 강조와 관련되는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부부가 초대 교회에서 중요한 교사와 동역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사도행전 18장은 선교가 바울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가정과 부부, 장인 노동자와 지역 신자들이 함께 감당한 사역임을 보여 준다.

이후 알렉산드리아 출신 유대인 아볼로가 등장한다. 알렉산드리아는 헬라어권 유대 학문과 수사 교육의 중요한 중심지였고, 칠십인역 전통과 철학적 성경 해석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볼로는 언변이 좋고 성경에 능한 사람으로, 주의 도를 배워 열심히 예수에 관해 가르쳤지만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다. 그는 무지한 적대자가 아니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진 열정적 교사였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아볼로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지 않고 따로 데려다가 하나님의 도를 더 정확히 풀어 준다. 이것은 초대 교회의 교육과 교정 방식에 중요한 지혜를 보여 준다. 진리를 위해 교정은 필요하지만, 교정은 사람을 세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아볼로의 열심은 폐기되지 않고 더 정확한 복음 이해 안에서 다듬어진다. 교회는 은사 있는 사람을 경쟁자로만 보지 않고, 말씀 안에서 성숙하도록 돕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아볼로는 아가야로 건너가고, 형제들은 제자들에게 그를 영접하라고 편지를 보낸다. 추천 편지는 고대 교회와 사회에서 낯선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의 신뢰를 보증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은혜로 말미암아 믿은 자들에게 많은 유익을 주고, 성경으로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힘 있게 증언한다. 사도행전 18장의 마지막은 바울이 잠시 떠난 자리에서도 말씀 사역이 계속되고, 하나님이 다른 일꾼들을 세우신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사도행전 18장의 배경을 알면 복음 사역의 현실성이 선명해진다. 바울은 일하며 복음을 전했고, 부부 동역자들은 이주와 노동 속에서 사역의 중심 인물이 되었으며, 로마 법정의 판단은 뜻밖의 보호가 되었고, 한 설교자는 더 정확한 가르침을 통해 교회에 유익한 사람이 되었다. 복음은 거대한 도시의 구조만이 아니라 한 작업장, 한 가정, 한 법정, 한 항구, 한 교정의 대화 속에서도 자란다.

오늘의 교회는 이 장에서 담대함과 겸손을 함께 배운다. 주님은 “내가 너와 함께 있다”고 말씀하시며 침묵하지 말라고 하신다. 동시에 하나님은 바울만이 아니라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아볼로와 고린도의 신자들을 통해 복음을 세우신다. 그러므로 사도행전 18장은 도시의 복잡함 앞에서 낙심하지 말고, 말씀과 노동과 환대와 교육과 법적 지혜를 통해 주님의 백성이 드러날 것을 믿으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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