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1장 배경지식: 고린도의 분파, 십자가의 미련함, 하나님의 부르심
고린도전서 1장은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매우 현실적인 목회 편지의 문을 연다. 고린도 교회는 은사와 지식이 풍성했지만, 동시에 분열과 자랑, 성적·사회적 혼란, 예배 질서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첫 장을 배경지식으로 읽으면, 바울이 단순히 “서로 싸우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로마 식민도시의 명예 문화와 철학적 지혜 자랑을 십자가 복음으로 정면에서 재해석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고린도는 기원전 146년 로마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로마 식민도시로 재건되었다. 아가야 지방의 중요한 행정·상업 중심지였고,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를 잇는 지협에 자리했다. 동쪽 겐그레아 항구와 서쪽 레카이온 항구를 통해 상품, 사람, 사상, 종교가 오갔다. 이런 도시 배경은 고린도 교회가 왜 다양한 신분과 문화, 경쟁적 가치관을 품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해 준다.
바울은 자신을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고린도 교회 안에는 바울의 사도권을 가볍게 보거나 다른 지도자와 비교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편지 첫머리부터 바울은 자기 권위의 근거가 개인적 수사 능력이나 후원자 네트워크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과 그리스도께 있음을 분명히 한다.
함께 언급되는 소스데네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도행전 18장에는 고린도에서 회당장 소스데네가 군중에게 맞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인물과 고린도전서의 소스데네가 같은 사람인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름의 연결은 고린도 선교의 유대 회당 배경과 도시 안의 긴장을 떠올리게 한다. 바울의 편지는 추상적 신학 논문이 아니라 실제 도시, 실제 인물, 실제 갈등 속에서 나온 목회적 응답이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중요하다. 고린도 교회는 도시의 가치관에 크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바울은 그들을 먼저 하나님의 소유로 부른다. 또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라고 말한다. 성도라는 신분은 이미 받은 은혜이며, 동시에 그 은혜에 맞는 삶으로 부름받았다는 뜻을 포함한다.
“각처에서 우리의 주 곧 그들과 우리의 주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자들”이라는 표현은 고린도 교회를 더 넓은 교회와 연결한다. 고린도 성도들은 자기 도시의 경쟁과 파벌 안에 갇혀 있었지만, 바울은 그들이 모든 곳에서 같은 주를 부르는 보편 교회의 일부임을 상기시킨다. 분파적 자랑은 주님의 이름을 함께 부르는 교회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바울은 곧바로 책망하지 않고 먼저 감사한다. 그는 고린도 성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받은 은혜, 말과 지식의 풍성함,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기다리는 소망을 언급한다. 이것은 문제를 감추는 칭찬이 아니다. 바울은 하나님이 이미 주신 은혜를 근거로 교회를 책망하고 회복시키려 한다. 목회적 권면은 단순한 결함 목록이 아니라 은혜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고린도 교회가 “말”과 “지식”에 풍성했다는 표현은 뒤이어 나올 문제들과도 연결된다. 고린도 사회는 수사학, 공개 연설, 철학적 논쟁, 사회적 명예 경쟁을 높이 평가했다. 말을 잘하고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후원과 추종을 얻기 쉬웠다. 교회 안에서도 이런 도시 문화가 지도자 선호와 파벌 형성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바울이 “너희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고 권면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는 획일적 취향이나 모든 의견 차이의 제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의 중심을 잃어버린 채 지도자 이름으로 자기를 세우는 분열을 경고한다. 교회의 일치는 사회적 체면이나 조직 안정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속한 정체성에서 나온다.
글로에의 집 사람들을 통해 분쟁 소식이 바울에게 전해졌다는 언급은 초대교회의 정보망을 보여 준다. 글로에는 고린도나 에베소와 연결된 비교적 영향력 있는 여성 또는 가정의 주인일 가능성이 있다. 고대 가정과 상업 네트워크는 편지와 소식이 오가는 중요한 통로였다. 교회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숨겨진 일이 아니라, 사도적 돌봄이 필요한 공적 현실이었다.
분파 구호는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나는 게바에게, 나는 그리스도에게”라는 형태로 제시된다. 아볼로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으로 언변이 좋고 성경에 능한 사람으로 사도행전에 소개된다. 게바는 베드로를 가리키며 예루살렘 사도 전통의 권위를 떠올리게 한다. 바울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지도자가 그리스도를 나누는 표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어찌 나뉘었느냐”는 질문은 분열의 신학적 심각성을 드러낸다. 교회가 지도자 이름을 깃발처럼 세울 때, 실제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이 누구인지 잊게 된다. 바울은 “바울이 너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바울의 이름으로 너희가 세례를 받았느냐”고 묻는다. 세례는 어떤 인간 지도자의 클럽 가입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속하는 표지다.
바울은 자신이 몇몇 사람 외에는 세례를 많이 베풀지 않은 것을 언급한다. 이것은 세례를 낮게 보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고린도 교회가 세례를 베푼 사역자의 이름으로 자랑할 가능성을 차단한다. 고대 후원 문화에서는 누구에게 속했는지, 누구에게 은혜를 받았는지가 사회적 명예와 연결되었다. 바울은 복음 사역을 그런 후원자-추종자 경쟁으로 바꾸지 않으려 한다.
“그리스도께서 나를 보내심은 세례를 베풀게 하려 하심이 아니요 오직 복음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는 말은 사도적 소명의 중심을 분명히 한다. 세례는 복음의 표지이지만, 표지가 복음 자체를 대신할 수 없다. 바울의 임무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다. 교회의 모든 의식과 지도력은 이 복음에 종속되어야 한다.
바울은 복음을 “말의 지혜로 하지 아니함”으로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 한다고 말한다. 고린도 사회에서 세련된 수사와 철학적 설득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바울은 십자가 복음을 인간적 수사 기교의 승리로 만들지 않는다. 십자가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능력이며, 인간의 자랑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구절은 고린도전서 1장의 중심 문장이다. 로마 세계에서 십자가는 가장 수치스럽고 잔혹한 처형 방식 가운데 하나였다. 시민적 명예와 권력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십자가에 달린 메시아를 전한다는 것은 성공과 지혜의 기준을 뒤집는 일이었다.
유대인에게도 십자가는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메시아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스라엘을 회복할 왕으로 기대되었는데, 나무에 달려 죽은 자는 저주받은 자로 여겨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헬라인에게도 십자가는 미련하게 보였다. 신적 구원이 수치스러운 처형과 약함을 통해 온다는 주장은 당시의 지혜와 명예 체계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바울은 바로 그 십자가가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라고 말한다. 복음의 진실성은 세상이 이미 승인한 지혜의 기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인간의 기대와 반대되는 방식으로 자기 지혜를 드러내신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약속 성취와 죄 심판, 화해와 새 창조가 만나는 자리다.
바울이 이사야 29장의 “내가 지혜 있는 자들의 지혜를 멸하고 총명한 자들의 총명을 폐하리라”는 말씀을 인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래 문맥에서 이 말씀은 하나님을 입술로는 공경하지만 마음은 먼 백성, 그리고 인간적 책략을 의지하는 지도자들을 향한 심판과 관련된다. 바울은 이 본문을 십자가 복음 안에서 다시 읽으며, 하나님이 인간의 자랑스러운 지혜를 무너뜨리신다고 선포한다.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는다”는 말은 모든 유대인과 모든 헬라인을 단순화한 고정관념이 아니다. 바울은 당시 종교적·문화적 기대의 대표적 방향을 말한다. 어떤 이들은 하나님의 능력을 눈에 보이는 표징으로 확인하려 했고, 어떤 이들은 철학적 합리성과 수사적 탁월함을 찾았다. 그러나 바울은 그 중심에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둔다.
고린도 교회의 실제 구성도 바울의 논증을 강화한다. 그는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고 말하며,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나 능한 자나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않았다고 상기시킨다. 고린도 교회 안에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와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님은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약하고 낮은 사람들을 불러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신다.
이 말은 지성이나 사회적 책임을 멸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바울 자신은 깊은 성경 해석과 신학적 논증을 사용한다. 문제는 지혜와 지위가 하나님 앞에서 자랑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교회가 인간의 능력과 명예를 최종 근거로 삼지 못하게 하신다. 구원은 사람의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서 시작된다.
“육체가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는 결론은 고린도전서 전체를 관통한다. 고린도 교회가 지도자, 은사, 지식, 자유, 사회적 지위로 자랑할 때마다 바울은 십자가와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되돌아간다. 교회 안의 모든 자랑은 결국 주 안에서 자랑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다고 말한다. 고린도 사람들이 찾던 지혜는 추상적 사상이나 수사적 우월성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있다. 의로움은 하나님 앞에서 받아들여지는 신분이고, 거룩함은 하나님께 속한 삶이며, 구원함은 죄와 죽음의 권세에서 해방되는 완성의 은혜다.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선물로 주어진다.
고린도전서 1장의 배경을 알면, 이 장이 오늘 교회에도 매우 직접적으로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교회는 여전히 말 잘하는 지도자, 세련된 브랜드, 지적 우월감, 정치적 힘, 사회적 인정으로 자신을 세우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바울은 묻는다. 누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혔는가. 우리는 누구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는가. 교회의 중심은 사람의 자랑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다.
그러므로 고린도전서 1장은 분열된 공동체를 십자가 아래로 다시 부른다. 하나님은 미련해 보이는 복음으로 지혜 있는 자의 자랑을 꺾고, 약해 보이는 십자가로 강한 자의 교만을 무너뜨리신다. 그리고 낮고 약한 자들을 불러 그리스도 안에서 참 지혜와 의와 거룩함과 구원을 누리게 하신다. 이것이 고린도 교회가 회복되어야 할 복음의 출발점이며, 오늘 교회가 붙들어야 할 동일한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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