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3장 배경지식: 권세에 대한 순종, 사랑의 빚, 깨어 있는 낮의 삶

로마서 13장은 그리스도인이 세상 권세, 이웃 사랑, 종말론적 깨어 있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룬다. 앞장인 로마서 12장이 산 제사, 새 마음, 은사, 원수 사랑을 말한 뒤 곧바로 권세와 공적 질서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울에게 복음의 윤리는 교회 내부의 따뜻한 관계에만 머물지 않고, 도시와 제국, 법과 세금, 사회적 평판의 영역까지 확장된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권면은 로마 제국의 현실 속에서 읽어야 한다. 로마 교회는 제국의 수도에 있었고, 황제의 권위와 행정 체계, 세금 제도, 공공 질서의 압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했다. 이 본문은 국가를 절대화하라는 말이 아니라, 무정부적 반항이나 폭력적 보복으로 복음 공동체의 증언을 무너뜨리지 말라는 목회적 권면이다.

바울은 모든 권세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질서 아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통치자의 모든 결정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뜻이 아니다. 구약의 다니엘, 출애굽기, 열왕기 전통은 권세자가 하나님을 거스를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그러나 하나님은 죄로 혼란해진 세상에서도 일정한 질서와 공의를 보존하시며, 통치 권세는 원칙적으로 악을 억제하고 선을 장려하는 공적 기능을 맡는다.

로마 제국의 통치는 평화와 도로, 법질서를 제공한다고 선전되었지만 동시에 군사력, 세금, 노예제, 황제 숭배, 지방 엘리트의 후원 체계와 결합되어 있었다. 초대 그리스도인은 이런 질서 안에서 살면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참 주로 고백했다. 그러므로 로마서 13장의 순종은 황제 숭배적 충성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양심을 지키며 공적 무질서와 불필요한 반란을 피하는 제한된 시민적 순종으로 이해해야 한다.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른다”는 말은 로마 교회가 반사회적 집단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하는 실제적 의미도 있었다. 유대인 추방령의 기억, 도시 폭동에 대한 로마 당국의 민감성, 새로운 종교 운동에 대한 의심은 교회가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할 배경이었다. 바울은 복음 때문에 박해받는 것과 자기 고집이나 무질서 때문에 처벌받는 것을 구별하게 한다.

통치자는 선한 일에 두려움이 되지 않고 악한 일에 두려움이 된다는 일반 원리는 공적 권세의 이상적 목적을 말한다. 바울은 권세자를 “하나님의 사역자”라고까지 부른다. 여기서 사역자는 교회 직분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사회 질서를 위해 쓰임받는 도구라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는 자신이 하나님 위에 있는 듯 행할 수 없고, 그 권위도 하나님이 주신 목적을 벗어나면 비판받을 수 있다.

“칼을 헛되이 가지지 아니하였으니”라는 표현은 처벌 권한을 가리킨다. 고대 로마 세계에서 칼은 사법적 처벌과 군사적 강제력을 상징했다. 바울은 개인적 복수를 금한 로마서 12장과 공적 정의의 기능을 구별한다. 그리스도인은 원수에게 악으로 갚지 않지만, 하나님은 공적 질서를 통해 악을 억제하는 역할을 허락하신다. 이 구별은 사적 보복과 공적 정의를 혼동하지 않게 한다.

그러나 이 본문은 어떤 정부든 무조건 신성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요한계시록은 같은 로마 제국을 짐승의 이미지로 비판하고, 사도행전의 사도들은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경 전체의 증언을 함께 보면, 로마서 13장은 권세의 정상적 기능에 대한 권면이지, 우상적 국가 권력에 대한 백지 위임장이 아니다. 하나님께 대한 충성은 모든 인간 권세보다 높다.

바울은 세금과 조세의 문제도 다룬다.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라”는 말은 매우 현실적이다. 로마 제국의 세금은 토지세, 인두세, 관세, 통행세 등 다양한 형태로 부과되었고, 지방의 세리와 관리 체계는 때로 착취와 불만을 낳았다. 그럼에도 바울은 신자들이 공적 의무를 회피함으로 복음을 불법이나 무책임과 연결시키지 말라고 권한다.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는 말은 로마 사회의 명예 질서와도 관련된다. 고대 세계에서 존경과 명예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언어였다. 교회는 인간을 우상화하지 않으면서도, 정당한 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했다. 이것은 복음의 자유가 무례함이나 반사회적 태도로 오해되지 않게 하는 지혜다.

이어 바울은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단순한 재정 조언을 넘어 공동체 윤리의 중심을 드러낸다. 로마 사회는 후원자와 의뢰인, 은혜와 보답, 명예와 채무의 관계망으로 움직였다. 바울은 그런 상호 채무의 세계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가장 근본적이고 끝나지 않는 의무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다”는 선언은 로마서 전체의 율법 논의와 이어진다. 바울은 율법을 폐기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율법이 지향한 의로운 삶이 사랑 안에서 성취된다고 본다.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는 계명들은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랑의 구체적 표현이다. 사랑은 율법 없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웃에게 실제로 행하는 삶이다.

여기서 사랑은 로마서 12장의 원수 사랑과 연결된다. 교회 안의 형제 사랑만 아니라, 모든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않는 삶이 요구된다. 고대 도시에서 사람들은 신분, 시민권, 민족, 성별, 경제력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복음은 이웃을 이용하거나 해치는 방식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사랑은 공동체 안팎에서 하나님의 법이 사람을 살리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길이다.

바울은 사랑을 율법의 완성이라고 말하면서도 구원을 인간의 사랑 행위에 세우지 않는다. 이미 로마서 앞부분에서 의롭다 하심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받는 은혜라고 분명히 말했다. 따라서 로마서 13장의 사랑은 구원을 얻기 위한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을 받은 사람이 성령 안에서 살아 내는 새 삶의 열매다.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은 사람은 사랑으로 율법의 참 방향을 나타낸다.

장 후반부에서 바울은 시간의식을 전면에 둔다.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다”는 말은 종말론적 긴장을 담고 있다. 초대교회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새 시대가 시작되었고, 그의 다시 오심으로 완성될 날이 가까워졌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신자는 현재 세상의 방식에 취해 잠든 사람처럼 살 수 없다.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다”는 표현은 구원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여 준다. 바울에게 구원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의롭다 하심과 성령의 새 생명은 현재의 선물이지만, 몸의 구속과 새 창조의 완성은 장차 올 소망이다. 이 시간 감각은 윤리를 압박이나 공포가 아니라 깨어 있는 소망으로 만든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라는 이미지는 유대 묵시문학과 초기 기독교의 빛과 어둠 언어와 잘 맞는다. 밤은 죄와 무지, 방탕과 폭력, 지나가는 세대를 상징하고, 낮은 하나님의 구원과 드러남, 그리스도의 통치를 상징한다. 바울은 독자들에게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고 말한다. 갑옷의 이미지는 영적 전투와 도덕적 긴장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바울이 열거하는 방탕, 술 취함, 음란, 호색, 다툼, 시기는 로마 도시 문화에서 낯설지 않은 유혹이었다. 연회 문화, 후원자 모임, 신전 축제, 성적 방종, 명예 경쟁은 도시 생활의 일부였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낮에 행하듯 단정히 행해야 한다. 여기서 단정함은 외식적 체면이 아니라, 다가오는 하나님의 낮에 어울리는 투명한 삶이다.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으라”는 권면은 세례와 새 정체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고대 세계에서 옷은 신분과 소속, 역할을 드러냈다. 그리스도로 옷 입는다는 말은 예수를 삶의 외형적 장식으로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권과 성품, 죽음과 부활의 질서 안에서 새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는 말에서 육신은 단순한 몸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을 떠난 옛 시대의 욕망과 자기중심적 삶을 가리킨다. 로마서 8장에서 바울은 육신을 따르는 생각과 성령을 따르는 생각을 대조했다. 로마서 13장의 마지막 권면은 그 대조를 일상 윤리로 가져온다. 신자는 욕망을 미리 계획하고 먹이는 삶이 아니라, 그리스도로 옷 입고 성령의 새 질서에 맞추어 사는 삶으로 부름받았다.

로마서 13장의 배경을 알면 이 장이 단순히 국가에 순종하라는 한 문장으로 축소될 수 없음을 보게 된다. 여기에는 로마 제국의 권세, 공적 질서와 양심, 세금과 명예, 율법과 사랑, 종말론적 시간의식, 도시 문화의 유혹이 함께 들어 있다. 바울은 교회가 세상 권세를 우상화하지도, 무책임한 반항으로 복음의 증언을 훼손하지도 말고, 사랑과 깨어 있음으로 새 시대의 백성답게 살라고 권한다.

오늘의 독자에게 로마서 13장은 균형 잡힌 제자도를 요청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를 존중하되 하나님보다 국가를 높이지 않는다. 세금과 공적 책임을 가볍게 여기지 않되, 모든 인간 권세가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음을 기억한다. 또한 사랑의 빚을 끝없는 의무로 받아들이며,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다는 시간 감각으로 욕망과 다툼을 벗고 그리스도로 옷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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