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12장 배경지식: 셋째 하늘, 육체의 가시, 약함 가운데 머무는 능력
고린도후서 12장은 바울의 사도권 변호가 가장 깊은 신학적 절정에 이르는 장이다. 앞 장에서 바울은 고난과 약함을 자랑한다고 말했지만, 여기서는 사람들이 사도에게 기대하기 쉬운 환상과 계시의 경험까지 다룬다. 고린도 교회는 강한 외적 인상, 웅변, 후원 관계, 영적 체험을 사역자의 권위와 연결하여 평가하기 쉬운 환경에 있었다. 바울은 그런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님이 약함 가운데 능력을 나타내시는 방식을 드러낸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한 사람”이 십사 년 전에 셋째 하늘에 이끌려 갔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해석자는 이 사람이 바울 자신이라고 본다. 그가 자신을 직접 내세우지 않고 제삼자처럼 말하는 것은 자랑을 피하려는 의도와 관련된다. 고대 세계에서는 특별한 환상과 하늘 여행 이야기가 종교적 권위를 높이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바울은 체험 자체를 과시하지 않고, 그 체험이 사도적 권위의 중심이 아님을 조심스럽게 보여 준다.
“셋째 하늘”이라는 표현은 제2성전기 유대 묵시 전통과 우주관을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대 문헌에는 하늘을 여러 층으로 묘사하는 전통이 있으며, 낙원과 하나님의 임재가 연결되는 표현도 보인다. 바울은 그 사람이 “낙원”으로 이끌려 갔다고도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하늘의 지도를 자세히 설명하는 데 있지 않다. 바울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신비를 경험했지만, 그 경험을 교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삼지 않는다.
바울은 그곳에서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을 들었다고 말한다. 이는 계시의 내용이 인간의 언어와 공개적 자랑의 대상으로 쉽게 전환될 수 없음을 뜻한다. 고린도 사람들은 영적 체험을 경쟁과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싶어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은 참된 계시가 사람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침묵과 겸손을 배우게 하는 은혜임을 보여 준다. 체험은 복음보다 앞서지 않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교회를 세우는 목적 아래 놓인다.
바울은 이런 체험 때문에 지나치게 자만하지 않도록 “육체의 가시”가 주어졌다고 말한다. 이 가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질병, 시력 문제, 반복되는 박해, 내적 고통, 혹은 사역을 괴롭히는 반대자 등 다양한 견해가 있다. 본문은 의도적으로 정확한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가시가 바울을 낮추고, 그가 자기 계시나 능력을 자랑하지 않도록 붙드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었다는 점이다.
“사탄의 사자”라는 표현은 고난의 복합적 성격을 보여 준다. 가시는 바울을 괴롭게 하는 악한 도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은 그것을 사용하여 바울이 교만하지 않게 하신다. 성경은 고난을 단순히 한 방향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악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지만, 하나님은 그 악까지도 자기 백성을 낮추고 보호하며 복음의 능력을 드러내는 데 사용하실 수 있다. 바울의 경험은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를 신뢰하게 한다.
바울은 이 가시가 떠나가게 해 달라고 세 번 주께 간구했다. “세 번”이라는 표현은 예수께서 겟세마네에서 반복하여 기도하신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바울은 고통을 미화하거나 무감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하나님께 제거를 구했다. 그러나 응답은 제거가 아니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는 말씀이었다. 이 응답은 고난이 가볍다는 뜻이 아니라, 고난보다 더 근본적인 은혜가 바울을 붙든다는 뜻이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는 말씀은 고린도후서 전체를 해석하는 열쇠다. 그리스-로마 명예 문화에서 약함은 숨겨야 할 결함이었다. 지도자는 강함, 자제력, 공적 성공, 후원 능력, 설득력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복음은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중심으로 한다. 하나님의 능력은 인간의 강함을 장식하는 장식품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를 의지할 수 없게 되는 자리에서 온전히 드러난다.
바울이 약한 것들을 자랑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패배주의가 아니다. 그는 자기 고통을 과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약함 위에 그리스도의 능력이 머문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여기서 “머문다”는 말은 장막을 치거나 덮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광야에서 하나님의 임재가 장막 가운데 머물렀듯이, 바울의 약함 위에도 그리스도의 능력이 임한다. 사도의 권위는 자신의 완전함이 아니라, 자신을 덮는 그리스도의 은혜에서 나온다.
바울은 약함, 능욕, 궁핍, 박해, 곤고를 그리스도를 위하여 기뻐한다고 말한다. 이는 고난 자체를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기뻐하는 이유는 그 약함 속에서 그리스도의 능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고린도 교회가 강함의 기준으로 바울을 평가했다면, 바울은 그 기준을 뒤집어 약할 그때에 강하다고 말한다. 복음의 강함은 자기 보호와 자기 과시가 아니라, 그리스도께 의존하는 데서 생긴다.
바울은 자신이 어리석은 자가 되었지만 고린도 교회가 억지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교회가 바울을 인정해 주어야 했지만, 오히려 그들은 외부 사역자들의 기준에 흔들렸다. 바울은 자신이 지극히 큰 사도들에게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백한다. 이 역설은 사도의 참된 위치를 보여 준다.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지만, 그 사명은 사람의 자기 가치에서 나오지 않는다.
바울은 표적과 기사와 능력이 고린도 사람들 가운데서 사도의 표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신약 시대의 표적은 단순한 신기함이 아니라 사도적 복음 증언을 확인하는 기능을 했다. 그러나 바울은 그 표적들을 중심 자랑으로 삼지 않는다. 그는 표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오래 참음 가운데 이루어진 사역이었다고 말한다. 참 사도성은 순간적 놀라움만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교회를 섬기는 끈기와 신실함으로 드러난다.
바울은 자신이 고린도 교회에 폐를 끼치지 않은 것이 잘못이냐고 반어적으로 묻는다. 그는 고린도에서 재정 지원을 받지 않은 일을 다시 다룬다. 고대 후원 문화에서는 후원을 받는 사람이 후원자에게 사회적 의무를 지게 되었고, 후원을 제공하는 사람은 명예와 영향력을 얻었다. 바울은 복음이 그런 관계에 묶이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러나 고린도 사람들은 이를 사랑 부족이나 열등한 사역의 표시로 오해했을 수 있다.
바울은 이제 세 번째로 고린도에 갈 준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구하는 것은 너희 재물이 아니요 오직 너희”라고 말한다. 이 말은 바울 목회의 핵심을 드러낸다. 그는 고린도 교회의 돈이나 사회적 자원을 얻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저축하듯, 사도는 교회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소비한다. 복음의 목회는 사람을 자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일이다.
“너희 영혼을 위하여 크게 기뻐함으로 재물을 사용하고 또 내 자신까지도 내어 주리니”라는 말은 바울의 사역이 십자가적 자기희생임을 보여 준다. 고린도 사회의 후원자는 주로 자신의 명예를 확장하기 위해 베풀었지만, 바울은 자신의 소유와 몸을 낮추어 교회를 세우려 한다. 그가 더 사랑할수록 덜 사랑받는다는 탄식은 목회적 사랑의 아픔을 드러낸다. 사랑은 즉각적인 인정이나 보상을 보장하지 않는다.
바울은 자신이 교묘하게 속여 이득을 취했다는 의심도 반박한다. 그는 디도와 함께 보낸 형제들이 같은 성령 안에서 같은 걸음으로 행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는 연보와 사역 재정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한다. 바울은 자신만이 아니라 동역자들의 행실까지 공동체 앞에서 점검받게 한다. 초대교회의 사역은 개인의 카리스마만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동역과 신뢰, 공개적 정직성을 통해 세워졌다.
바울은 자신이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앞에 말한다고 밝힌다. 그의 목적은 자기 방어 자체가 아니라 사랑하는 자들을 세우는 것이다. 고린도 교회가 바울의 말을 사적인 다툼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사도의 변호는 교회가 복음의 기준을 회복하고, 거짓된 평가와 불신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목회적 행위다. 권위는 자기 평판을 지키는 데 쓰일 때 왜곡되고, 교회를 세우는 데 쓰일 때 복음적이다.
장 후반부에서 바울은 자신이 고린도에 갔을 때 다툼, 시기, 분냄, 당 짓는 것, 비방, 수군거림, 거만함, 혼란을 보게 될까 두려워한다. 이 목록은 고린도전서에서 드러난 공동체 문제와도 이어진다. 고린도 교회는 은사와 지식이 풍성했지만, 관계의 질서와 거룩에서는 여전히 위험을 안고 있었다. 영적 체험과 지식이 많아도 사랑과 회개, 공동체의 화평이 없으면 교회는 복음의 능력을 흐리게 된다.
바울은 전에 죄를 지은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은 상태를 보게 될까 염려한다. 여기에는 더러움과 음란과 방탕 같은 성적·도덕적 문제가 포함된다. 고린도는 항구 도시와 로마 식민 도시의 성격 속에서 다양한 문화와 욕망이 뒤섞인 곳이었다. 그러나 바울의 관심은 단순한 도덕주의가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 창조가 된 공동체가 옛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면, 복음의 증언과 교회의 거룩이 손상된다.
고린도후서 12장은 그래서 환상과 계시의 장이면서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목회 현장의 장이다. 바울은 하늘의 낙원을 경험한 사람이지만, 그의 관심은 땅 위의 교회가 회개하고 세워지는 데 있다. 그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계시를 경험했지만, 교회 앞에서는 약함과 사랑, 투명성과 회개를 말한다. 참된 영성은 특별한 체험을 자랑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공동체를 섬기고 죄에서 돌이키며 그리스도의 능력에 의존하는 삶으로 나타난다.
결국 이 장의 배경지식은 신자가 무엇을 사역의 권위로 볼 것인지 묻게 한다. 화려한 체험, 강한 인상, 재정적 능력,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고린도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은 주께서 주신 은혜, 약함 위에 머무는 그리스도의 능력,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 회개를 요구하는 진실함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는 말씀은 약함을 없애 주는 약속이 아니라, 약함 가운데서도 그리스도께서 충분하시다는 복음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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