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21장 배경지식: 기브온 사람들의 피값과 다윗 용사들의 전쟁

사무엘하 21장은 다윗 이야기의 끝부분에 배치된 부록 같은 단락으로, 왕국의 정치적 사건을 시간순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본문은 삼년 기근, 기브온 사람들의 호소, 사울 집안에 대한 피의 책임, 리스바의 긴 애도, 사울과 요나단의 뼈를 장사하는 일, 그리고 블레셋 거인들과 다윗 용사들의 싸움을 나란히 놓는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두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둘 다 왕국이 생명을 보존하려면 과거의 피 흘림과 현재의 전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본문은 “다윗의 시대에 해를 거듭하여 삼년 기근이 있었다”고 시작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기근은 단순한 기상 현상으로만 이해되지 않았다. 언약 백성의 땅은 여호와께 속한 땅이며, 비와 곡식은 하나님의 은혜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윗은 여호와께 묻는다. 본문은 기근의 원인을 사울과 그의 집이 기브온 사람들을 죽인 피의 죄와 연결한다. 이는 왕의 정책과 폭력이 세대가 지난 뒤에도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 아모리 사람의 남은 자로 소개된다. 여호수아 9장에서 그들은 속임수로 이스라엘과 조약을 맺었지만,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여호와의 이름으로 그들을 살려 두겠다고 맹세했다. 고대 근동에서 조약과 맹세는 단순한 외교 문서가 아니라 신의 이름을 걸고 세운 생명 보증이었다. 사울이 “이스라엘과 유다를 위하여 열심이 있어” 그들을 죽이려 한 일은 민족적 열심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여호와의 이름으로 맺은 맹세를 깨뜨린 죄였다.

다윗이 기브온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속죄가 되겠느냐고 묻는 장면은 오늘 독자에게 낯설고 불편하다. 기브온 사람들은 은금이 문제가 아니며, 자신들에게 사울 집안 사람 일곱 명을 넘겨 달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는 고대 사회의 피의 책임과 대표성의 논리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본문은 사적 복수의 감정을 미화하기보다, 맹세를 깨뜨리고 약자를 학살한 국가 폭력이 그냥 덮이지 않는다는 무거운 현실을 보여 준다.

다윗은 요나단과 맺은 여호와 앞의 맹세 때문에 므비보셋을 아낀다. 여기서도 맹세가 핵심이다. 사울이 기브온 사람들과의 맹세를 깨뜨린 죄가 기근의 배경이 되었다면, 다윗은 요나단과의 언약을 지켜 므비보셋을 보호한다. 본문은 왕의 정치적 계산보다 언약적 신실함이 더 깊은 기준임을 대비시킨다. 다윗은 사울의 첩 리스바가 낳은 두 아들과 사울의 딸 메랍 계열의 다섯 아들을 넘겨준다.

그들이 산 위에서 죽임을 당한 시점은 보리 추수 시작 때로 언급된다. 보리 추수는 봄철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적 배경을 가진다. 기근이 끝나고 곡식의 계절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피값 문제가 처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본문은 이 장면을 단순한 해결로 끝내지 않는다. 리스바가 굵은 베를 바위 위에 펴고 시체들을 지키는 긴 애도가 이어진다. 그는 하늘의 새와 들짐승이 시신을 해치지 못하게 밤낮으로 지킨다.

리스바의 행동은 이름 없는 정치 피해자의 항의처럼 읽힌다. 그는 왕궁의 중심 인물이 아니며 군대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그의 애도는 다윗에게 전달되고, 다윗은 사울과 요나단의 뼈를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에게서 가져오게 한다. 사울 집안의 수치를 방치하지 않고, 사울과 요나단과 죽은 자들의 뼈를 베냐민 땅 셀라에 있는 기스의 묘에 장사한다. 그 뒤에 하나님이 그 땅을 위한 기도를 들으셨다고 본문은 말한다.

이 흐름은 속죄가 단지 처벌만으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피 흘림의 책임은 다루어져야 하지만, 죽은 자의 존엄과 공동체의 기억도 회복되어야 한다. 리스바의 애도는 왕에게 잊힌 시신을 보게 만들었고, 다윗은 사울 집안의 장례를 정리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상처 난 기억을 수습한다. 성경은 죄의 대가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장례와 애도와 언약의 기억을 통해 공동체가 다시 기도할 수 있는 자리로 가는 길을 보여 준다.

후반부는 블레셋과의 전쟁 이야기로 넘어간다. 다윗이 전쟁 중 피곤해지고, 거인족의 후손 이스비브놉이 그를 죽이려 하자 스루야의 아들 아비새가 다윗을 구한다. 그 뒤 다윗의 부하들은 “이스라엘의 등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왕이 더는 전장에 직접 나가지 않도록 맹세한다. 왕은 용맹한 전사이지만, 이제 공동체 전체의 생명을 상징하는 등불이 되었다. 왕권의 보존은 개인 영웅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적 보호의 문제가 된다.

이어지는 전승에는 삽브개, 엘하난, 요나단 같은 용사들이 거인족의 후손들을 물리친다. 블레셋 장수들의 큰 키와 무거운 창, 손가락과 발가락이 여섯씩인 사람의 묘사는 적의 위협을 강조하는 고대 전쟁 서술의 방식이다. 사무엘상 17장의 골리앗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단락은, 다윗의 초기 승리가 한 번의 영웅담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의 용사들에게 이어졌음을 보여 준다. 하나님이 세우신 왕국은 한 사람의 젊은 용기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형성된 충성스러운 공동체를 통해 보존된다.

사무엘하 21장을 배경과 함께 읽으면, 이 장은 다윗 왕국의 영광보다 왕국이 짊어진 무거운 책임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깨진 맹세, 약자에게 가해진 폭력, 방치된 시신, 왕의 노쇠함, 계속되는 전쟁은 모두 왕국의 어두운 현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기근의 원인을 드러내시고, 언약을 기억하게 하시며, 리스바의 애도를 통해 왕을 움직이시고, 다윗의 등불을 지킬 사람들을 세우신다. 하나님의 백성은 과거의 죄를 덮는 방식이 아니라 진실과 애도와 책임을 통과하며 보존된다.

참고자료

  1. David Toshio Tsumura, The Second Book of Samuel, New International Commentary on the Old Testament, Eerdmans, 2019.
  2. Robert D. Bergen, 1, 2 Samuel, New American Commentary 7, B&H, 1996.
  3. Bill T. Arnold, 1 & 2 Samuel, NIV Application Commentary, Zondervan, 2003.
  4. Mary J. Evans, 1 and 2 Samuel, New International Biblical Commentary, Hendrickson/Paternoster, 2000.
  5. Dale Ralph Davis, 2 Samuel: Out of Every Adversity, Focus on the Bible, Christian Focus, 1999.
  6. John Woodhouse, 2 Samuel: Your Kingdom Come, Preaching the Word, Crossway, 2015.
  7. A. Graeme Auld, I & II Samuel, Old Testament Library, Westminster John Knox, 2011.
  8. Gordon J. Keddie, Triumph of the King: The Message of 2 Samuel, Evangelical Press, 1990.
  9. C. F. Keil and F. Delitzsch, Commentary on the Old Testament: Joshua, Judges, Ruth, 1 & 2 Samuel, Hendrickson reprint.
  10. Matthew Henry, Commentary on the Whole Bible, 2 Samuel 21.
  11. Walter Brueggemann, First and Second Samuel, Interpretation, John Knox Press, 1990.
  12. John H. Walton, Victor H. Matthews, and Mark W. Chavalas, The IVP Bible Background Commentary: Old Testament, IVP Academic, 2000.
  13. Victor H. Matthews, Manners and Customs in the Bible, Hendrickson, 1991.
  14. Philip J. King and Lawrence E. Stager, Life in Biblical Israel, Westminster John Knox, 2001.
  15. Roland de Vaux, Ancient Israel: Its Life and Institutions, Eerdmans, 1997 reprint.
  16. K. A. Kitchen, On the Reliability of the Old Testament, Eerdmans, 2003.
  17. John H. Walton, Ancient Near Eastern Thought and the Old Testament, Baker Academic, 2006.
  18. Richard S. Hess, Israelite Religions: An Archaeological and Biblical Survey, Baker Academic, 2007.
  19. J. P. Fokkelman, Narrative Art and Poetry in the Books of Samuel, Volume 1, Van Gorcum, 1981.
  20. David M. Gunn, The Story of King David: Genre and Interpretation, JSOT Press, 1978.